北, 하노이 회담 이끈 北 실무협상팀 전면 교체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자리 대신해
미국은 대북 협상팀에 큰 변화 없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 판문점회동에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장금철(오른쪽)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부장은 지난 4월 10일 열린 노동당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해임된 김영철 부장 후임으로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으나 그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른쪽부터 장금철 통일선전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연합뉴스

30일 미북 정상 회동에 나타난 북한의 대미 협상팀은 하노이 참사 이후 대거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판문점 깜짝 회동에선 김영철 노동장 중앙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 등 기존의 북한 대미 협상팀 대다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들 모두 지난 2월까지 미·북 정상회담을 주도한 핵심 인사들로, ‘하노이 참사’의 책임을 추궁 당해 노역설과 처형설에 휩싸인 바 있다.

대신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모습이었다. 김영철의 후임으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장금철도 회동에 배석했다. ‘하노이 참사’ 이후 통전부가 물러나고, 외무성이 북한의 대미 외교 전반을 관장하게 됐다는 관측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외무성에선 핵문제는 물론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미 외교 전반에 능통한 만큼, 누구보다 전략과 협상에 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앞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상대로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 위원장의 의전을 전담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위원회 최측근들인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전면에 나섰다.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종전 비서실장 역에서 고위 간부로 승격해 공식 영접단에 배석했고, 그 자리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맡게 됐다.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좌측),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반면, 미국의 대북 협상팀은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 회동에 참석했으며, 대북 제재 집행을 총지휘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포착됐다. 북한이 ‘안보파괴보좌관이자 인간 오작품’이라 맹비난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회동 직후 취재진들을 향해 “폼페이오 장관 주도로 2, 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며 “비건 대표가 저를 대표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국하기 전에도 경기 평택시 주한 미 공군기지 연설에서 “대단한 팀을 꾸릴 것”이라면서 “폼페이오 장관 주도하에 북·미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하노이 참사 이후 폼페이오-비건 라인의 대북 협상팀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교체는 없다고 못 박아 선언함으로써, 폼페이오 장관의 지휘하에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을 책임지는 지금의 체제가 고수될 것으로 예측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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