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수천억 예산 편성・집행 가능한 위원회 만들며 '자기 사람' 앉힐 수 있는 내용 넣어...반대 나왔지만 또 표결해 통과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독재’ ‘시의회 패싱’ 등 논란을 일으킨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표결이 전원 반대로 부결된 지 약 2주일 만에 다시 이뤄져 결국 통과됐다.

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 오전 임시회를 열고 위원회 설치 내용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을 재표결해 통과시켰다. 이 안은, 박 시장이 시정(市政)에 시민 참여를 확대시키겠다며 추진해온 것으로 상근직인 위원장을 포함한 15명 내외의 위원이 서울시 예산의 집행과 편성・집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의회는 재석 의원 110명 중 9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찬성 60・반대 24・기권 6으로 가결시켰다.

표결을 1차적으로 진행하는 시의회 경제기획위원회는 지난 17일 한 차례 이 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킨 바 있다. 박 시장이 시민 시정 직접참여라는 명목으로 시의회 역할과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박 시장이 주도한 안에는, 이 위원회가 올해 2000억원가량의 예산에 간섭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는 1조원의 예산편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민주주의위원회의 위원이 되려면 박 시장의 ‘눈에 들어야’한다는 식의 요건까지 담겨 논란이 인 바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부결 뒤 시의회 측을 ‘설득’해 조례안 통과에 협조를 요구해오는 등으로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회는 전체 110개 의석 중 102석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초선 민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예산 편성이 주요 업무인 시의회가 ‘패싱’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의견이 나와, 일부 반대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만장일치 부결 후 2주 만에 재상정된 시의회 절차도 문제삼는다. 고작 2주 만에 안이 재상정된 것은, 표결에 참여하는 일부 위원들이 연수를 이유로 8박9일간 해외로 나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측근들이 서울시 예산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조례안 제정 등을 초기부터 반대해온 여명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안 부결 뒤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근본적인 조례안이 이미 통과된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 시의회가 조금 더 압박을 받으면 다음 회기 때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조례안이 통과되자, 그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조례안“이라며 저항 행보를 잇겠다고 말했다. 

당초 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던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이날 회의에서 조례안을 본회의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본회의 전자투표 당시에도 일부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몇몇 민주당 시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일반적인 조례안 관련 전자투표는 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3당 시의원들은 이날 임시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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