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백악관으로 초청...김정은, 별다른 응답 안해"
트럼프, 회동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2~3주 내 실무팀 구성해 협상 시작하기로 합의"
"속도 중요한 것 아냐...포괄적인 좋은 협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
일부 전문가들, 文대통령이 '멍석'만 깔아준 채 비핵화 국면에서 외면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정규재 "진짜 평화는 온데간데없고...내년 총선까지 평화 '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트럼프가 해결해줄 것이다' 이런 식의 안이한 태도 갖고 있다가는...'또 당한다'는 경고 하고 싶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급박하게 돌아간 하루였다. 30일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DMZ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오후 판문점 경내의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며 만남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잠시 북측 지역으로 '깜짝 월경'한 뒤 김정은과 함께 남측으로 내려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주인공이 됐다.

남측으로 내려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간단히 소감을 전했다. 이후 자유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밖으로 나오면서 남·미·북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3자 정상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잠시 후 문 대통령이 빠진 채 자유의 집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동이 시작됐다. 당초 15분 내외로 예상됐던 회동은 생각보다 길어져 53분가량 이어졌다. 사실상 3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평가할 수 있는 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문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을 군사분계선에서 배웅한 뒤 자유의 집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실무협상을 통해 과연 (향후 미·북 정상) 회담이 가능할지 우리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북측 땅을 밟았다가 김정은과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지금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소위 '한반도 중재자'를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멍석'만 깔아준 채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외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13일 노르웨이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6월말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하며 "나는 시기와 장소, 형식을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런 시기를 선택할지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호소했지만 김정은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1일 북한 국빈방문은 김정은이 북핵 중재자로 사실상 시진핑 주석을 선택했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보다 한참 급이 낮은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에게 일종의 '모욕'까지 당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27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며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정근 국장은 또한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30일 한·미 정상회담 특집 생방송을 통해 "평화 '쇼쇼쇼'를 불쾌한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개탄했다.

정규재 대표는 "저렇게 되면 제가 늘 이야기해 왔지만 내년 총선까지 대한민국은 평화 '쇼'로 넘어가게 된다"며 "트럼프와 김정은이 대한민국 문재인의 총선 운동을 세게 해주는 그런 과정이 시작됐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진짜' 평화는 온데간데없고, 당초 우리가 우려했던 트럼프의 어처구니없는 싱가포르 회담·문재인의 어처구니없는 판문점 회담의 연장선에 겨우 하노이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가 했더니 또 뒤로 돌아나가는 그런 경과가 됐다"고 했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트럼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보수 내에서도 참 여러 가지 견해들이 있지만, 저는 대한민국 보수가 트럼프나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올바른 노선을 하루빨리 정립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트럼프가 해결해줄 것이다' 이런 식의 안이한 태도를 갖고 있다가는 '또 당한다'는 경고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