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소비자, 원하면 즐긴다 
원가로 정해지지 않는 가격
가치는 가격으로 말한다

● 어린애들도, 청소년들도 활약하는 소비시장

지난 겨울, 아니 정확히는 지지난 겨울부터 학교 안이고 길거리고 온통 청소년들은 둘둘 김밥을 말아 놓은 듯한 롱패딩을 안 입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유행이 휩쓸고 지나갔다.

유행이 대체 뭘까. 거기에 함께 편승하지 않으면 뭔가 뒤처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속성 탓이 아닐까.

그런 현상은 늘상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유행’을 만들어 내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기업은 생산자는 피 말리는 싸움을 하지 않던가.하도 고가이어서 일명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웠던 시커먼 바람막이와 구스다운, ‘노스***’ 라는 옷이 대유행을 할 땐 교실에 그 옷을 안 입은 아이가 없어 교복이라 불리울 정도로 입어댔었고 그 다음이 롱패딩이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많이 사면 살수록 거기에 편승해서 자신도 동일한 소비를 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게 마련이니까. 흔히 ‘바람잡이효과’라고도 하는 ‘벤드왜건효과’가 그런 것 일테다.한편으론 롱 패딩이나 ‘등골 브레이커(?)’ 옷도 그것이 방한복이라는 성능만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만큼, 가격이 저렴하면 결코 많이 팔리지 않는 속성도 드러난다. 비싸야 팔린다!‘베블런효과’라고 부르는 일부 대중들의 비싼 제품에 대한 과시적 소비행태가 그 작은 교실 안에서도 여지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번은 롱패딩이 막 출시될 무렵 필자의 학급에서 한 학생이 선두 주자로 롱패딩을 구입해서 입고 나타난 날 있었던 일이다. “와, 멋지구나. 새로 산거네? 좀 비싸보이는데?”“에헴. 선생님, 역시 물건 보실 줄 아시는군요! 70만원인데요. 신상품 세일이라서 5% 깎아 주더라구요.”순간 늙다리 선생은 대체 얼마에 샀다는 말일까 계산을 하느라 분주했다.하지만 그 값이 얼마면 어떠랴. 아이들은 원가 얼마짜리 방한복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고 서비스를 샀으니 말이다. 

그렇게 롱패딩을 산 아이들은 그 다음 아이템을 기다린다. 뭔가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면 그것을 소비할 준비를 하고서. 부모들은 자신들을 위해 사기 어려운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자녀에게는 사준다. 아이들이 ‘얼리어답터’가 가능한 이유지만, 어떻든 자유로운 시장이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으니 자신의 편익을 최대치로 만들기 위해 어린 초등학생부터 중고생은 물론 노인들까지 시장에서 활약하게 되는 것이다.

● 시장을 원하면서 시장을 욕해?

쉐이크쉑버거, 블루보틀 그리고 골든 구스 또 인 앤아웃! 신문을 가지고 하는 수업에 ‘화제의 상품’들이 기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의견이 갈렸다. 햄버거가 거기서 거기지 뭘 그리 유난을 떠느냐는 쪽과 그래도 그렇지 않다, 나라도 부산에 있다면 먹어보고 싶다로. 학생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줄줄이 브랜드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상품의 효용만을 따지면 ‘가성비’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품목에 따라 ‘가성비’를 따지는 물건과 ‘브랜드 파워’를 따지는 물건을 구별했다.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품목들은 대체로 가성비와 무관한 경우가 많았고 주로 유행에 민감한 상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소비 패턴을 두고 어떤 아이들은 브랜드나 밝히는 ‘된장남’이란 소리도 했고, 무슨 소리냐 명품은 명품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거나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란 말까지 다양한 반응들을 쏟아냈다. 나아가 다양한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아이들이 기사로 가져온 브랜드들은 국내 브랜드가 아닌데 국내브랜드 말고 굳이 해외브랜드를 팔아줄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것, 커피 한잔 사겠다고 꼭 거기서 마시기 위해 새벽부터 늘어서 있는 건 줏대 없는 과시욕에 허세일 뿐이라는 이야기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질문으로 문을 열었다.

“대체 저런 브랜드 들은 누가 왜 들여왔을까? 우리나라에 이미 햄버거, 커피, 운동화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에이, 선생님. 장사가 될 것 같으니까 들어왔죠. 저 햄버거들이 맛있데요. 커피는 잘 모르지만.”
“커피는 맛이 비슷해도 커피숍 분위기가 좋다카던데요. 디자인이 개간지라던데!”
“저 신발요! 빈티지라서 살 때부터 헌 것 같은데요, 그게 멋이에요, 선생님.”
“그래? 답 나왔네? 소비자가 원했구만! 그럼 ‘허세작렬’인 물건들은 팔리면 안 되는 걸까요?”

“아니요!”“여러분. 저기 등장한 저 상품들과 그에 대한 소비는 이미 ‘밴드왜건효과’나 ‘베블런효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들이에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어서 시장에 나온 것이겠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저 사람들은 레드오션 안에 또 다른 ‘블루오션’을 만든 것일 테고. 기존에 이미 햄버거, 커피, 신발이 넘치도록 있는데도 새롭게 도전하고 또 세계적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운 기업의 창업 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겠지.”
소비자들은 정직해서 저런 햄버거가 맛이 없거나 이름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면 당장 외면당할게 분명해요. 또 롱패딩이나 빈티지 운동화는 분명 성능에 비해 고가에요. 그러나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그 기업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움켜쥐는데 성공했다고 봐야겠지요?”

“수업시간 책상 밑으로 빼꼼 드러난 여러분들의 신발을 보면 거의 같은 모양이 거의 없습니다. 브랜드도 거의 다르고 브랜드가 같아도 색깔이 다르거나 디자인이 달라요. 각자의 개인 취향이 다르듯 신발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 다르고, 그렇게 다양한 소비를 하며 여러분들은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겁니다.여러분들이 신고 있는 운동화를 살 때 여러분들은 꼭 원가를 계산해서 그만큼 값을 지불했나요? 브랜드의 가치를 샀고, 그 회사의 명예를 샀고, 서비스를 샀겠지요.”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도 대신 효용(만족)을 구매했고, 기업의 신용을 구매한 거에요,  화폐로 환산해서. 아니다!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느꼈다면 그 물건은 산다, 안 산다?”

“당연히 안 사요!”“그래요. 상품의 원가를 고집하는 건 상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소비자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결과인거에요. 상품의 원가는 그것이 커피든, 햄버거든 혹은 아파트든, 그것이 거래되면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되는 것이지 원가로 인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 거지요. 상품의 가격 속에는 그 상품의 많은 정보와 가치가 담겨 있는 겁니다.” 아이들과 유행이 가격에 미치는 이야기를 추가로 나눈 뒤, 미술품의 경매 시장에서 결정된 작품의 가격이야기로 마무리를 했다.

● 시장은 넓고 브랜드는 많다! 세계 시장을 누리자!

아이들이 들고 온 상품의 브랜드명에는 생소한 브랜드도 있고 익숙한 브랜드도 있었다. 우리나라엔 셀 수 없는 많은 상표들이 등록되어있다. 특허청 산하기관인 특허정보원에서 운영하는 키프리스(www.kipris.or.kr)를 가서 찾아보면 해외 브랜드도 국내 브랜드도 검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등록 상표만 봐도 공개된 상표가 370만 개가 넘고  등록된 상표가 240만개가 넘는다. 공개된 해외 상표는 1,700만개가 넘고 등록된 해외상표는 1,000만개가 넘는다. 전 세계의 시장을 우리의 시장처럼 쓸 수 있는 우리는 지금 우리 것, 그들 것 다 합해 어마어마한 상표와 상품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학생들에게 ‘세계의 가장 가치있는 100대 브랜드’ 그림을 보여주었다. 가장 잘 보이는 것, 눈에 익은 것, 우리나라 상표 등을 찾아보게 했다.만일 저기서 단 한 개도 우리의 브랜드를 찾을 수 없었다면! 그러나 자랑스럽게 우리나라 브랜드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마어마한 경제 대륙을 우리의 것으로 누리며 산다. 우리의 기업들을 지금보다 더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고 뻗어나가는 것은 고스란히 너희들의 몫이라고 일러주며, 국가라는 울타리에 갇힌 제품의 편협함 보다는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나가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KOREA’를 가슴에 담고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사족이 될 테지만!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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