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한국전력 임시 이사회 통과
7~8월 1,629만 가구,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
총선 앞둔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
한전의 손실분을 세금으로 메꾸면 결국 국민은 제값 내는 셈

한국전력 이사들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21일 한국전력 이사들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한국전력 이사회'가 개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7~8월 전기요금 부담을 월평균 1만142원 줄이는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한국전력 임시 이사회를 통해 28일 통과됐다. 정부 지분이 51%를 차지하는 탓에 한전의 이사진이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한국전력 임시 이사회는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전기요금 약관에 누진제 개편안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1일 의결을 보류한 지 7일만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2,800억원에 달하는 요금 할인 비용을 한전이 떠안으면 경영진이 배임 소송을 당할 거란 우려가 컸다. 작년 여름 폭염 때는 전기료와 관련해 약 3,600억원의 부담을 한전이 떠안았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누진제 폐지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가 여름철 요금을 깎아줬지만 모든 비용은 한전이 책임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을 한전에 보전해 주기로 약속하면서 누진제 개편안이 이사회에 통과됐다.

이로써 7~8월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게 됐다. 정부는 조만간 전기위원회 심의회 인가를 거쳐 다음달부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과한 이상 7월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는 데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국전력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관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8일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국전력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관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금이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생색내기용 정책이란 비판이 따른다. 정부의 추산 결과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할인액은 2,848억원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3,000억원에 가까운 비용 폭탄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결국 할인폭에 대한 일정 부담은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를 통해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해 주더라도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수익자 부담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누진제 개편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공기업인 한전의 부실이 심해지고 결국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소액 주주들은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배임혐의로 이사회를 고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손해가 명백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정부의 선심성 정책을 거부하지 못한 것을 보고, 배임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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