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장관, '내부수요' '北 정상국가화' 실언
건군 2015년 기념說도 "그건 혁명무력강화발전" 빈축
李 "8일 건군절·열병식, 우리 우롱하려 1월22일 결정"
"낭만적 '우리민족끼리' 관념하 국제 소외 당하면 안돼"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5일 북한이 지난달 22일 자칭 '건군절'을 기존 4월25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2월8일로 변경, 당일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즉각 중지를 요구하고 항의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對)정부 질문이 진행된 자리에서였다. 앞서 '날짜가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북측을 대변해 물의를 빚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또 "현재로서는 정부가 그런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외면하자, 이언주 의원은 "대한민국 장관인가, 북한의 대변인인가"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곧장 이 의원이 "대답해 주시라"고 채근하자 조명균 장관은 "그런 표현(북한 대변인)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이 의원은 앞서 질의 초기에는 조명균 장관에게 "며칠 전 평창 올림픽 전날인 2월8일 열병식에 대해 '평창을 겨냥한 게 아니라 내부 수요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라고 물었다.

조 장관은 "북한은 2월8일을 정규군 창건일로 해서 2015년도부터 나름대로 기념식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 창군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내부적으로 기념하려 건군절로 바꾸면서 대대적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고 '건군절 2015년 이후 기념설'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 결정(2월8일 건군절 열병식)을 북한이 언제 했나"라고 지적했고, 조 장관은 "최근에 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초 남북 고위급 회담이 시작돼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확정된 뒤인 22일 북한이 관영 로동신문을 통해 건군절 변경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2015년부터 했다는 건 정규적 '혁명무력강화발전'이다. 그래서 열병식에 대한 결정이나 군 창건일에 대한 건 아니었다. 맞나"라고 파고든 뒤 "매우 의도적으로 날짜 변경을 최근에 한 것이다. 정부는 왜 가만히 있나"라고 질타했다.

조 장관이 "북이 최근 이렇게 바꾼 데 대해 나름 여러가지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꼭 평창을 염두에 둔 것이냐…"라고 북한의 노림수를 부인하자, 이 의원은 "아니, 날짜를 보면 염두에 둔게 맞다. 이미 돼 있었다고 해도 취소해야 하는데 그 직전에 결정했지 않느냐"라고 반박했다.

특히 조 장관이 "북한이 내부적으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체제를 구축해가면서, 북한이 나름대로 정상국가화 해 나가는…"이라고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입에 올리자, 이 의원은 말을 끊고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라고 쏘아붙였다. 조 장관은 "설득력을 떠나서 북한이 나름대로 그렇게 한다고 본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의원은 "(북한의) 달력을 보여주시라. 4월25일 올해 달력을 보면 2월8일은 까만날(평일)이다. 그런데 1월22일 건군절 변경을 정했다. 우리를 보란듯이 우롱하며 정했다. 이것에 대해 즉각 중지를 요구하고 항의해야 한다. 열병식은 (일반 국내 행사와) 차원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북한 대변인'이라고 조 장관을 꾸짖은 이 의원은 거듭 "이거 중단 요구를 하셔야 한다. 왜냐면 (북한이) 우리에게 보란듯이 1월22일에 군 창건일이라고 정했다. 이게 뭔가 대체. 우리는 '평화올림픽'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조 장관이 "평창 올림픽을 우리가 북한 참가를 계기로 평화 올림픽으로 잘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자, 이 의원은 "남북대화도 좋고 북한 대표단 참가도 좋다. 근데 남북 대화는 대화고, 제재는 제재다.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열병식은 열병식이다. 우리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걸 잊으면 나중에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라고 쏘아붙였다.

'북한 대변인' 발언 이후 이 의원의 '친정'이자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 의석에서는 설훈 의원 등으로부터 "너무 심한 말이다", "의원이 책임지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질의 시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진 뒤였음에도, 이 의원은 목소리를 높여 "여당이야말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이 문제를 고민하라. 진정으로 말씀드린다. 제발요. 제발"이라고 항변했다.

이 의원은 질의를 마무리하면서는 "대한민국 호가 출범한 이후 북핵 문제는 지금 최대 위기에 와 있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냉정하게 이 상황을 보고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며 "낭만주의적인 우리민족끼리 관념으로 우리가 혹여 국제사회 의사결정에서 소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책임질 일을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발언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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