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옥바라지 골목' 강제철거 당시에는 우리공화당과 다른 잣대 적용..."기습적인 강제철거는 안 된다고 본다"라더니

3년여 전 옥바라지 골목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좌)과 지난 26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우). (사진 = 박원순 페이스북, 연합뉴스 등)
3년여 전 옥바라지 골목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좌)과 지난 26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우). (사진 = 박원순 페이스북, 연합뉴스 등)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광화문광장 천막이 논란인 가운데, 지난 25일 용역들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철거)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28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박 시장이 2016년 5월20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한 발언들이 올라오고 있다. 당시 그는 서울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에 있던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을 거론하며 “내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시에서 무참한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잖나. 사람마저 철거의 대상일 순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등으로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새벽 4시30분경 광화문광장을 일부 차지하고 있던 우리공화당의 천막을 강제철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저지하려는 우리공화당 측 인원들과 서울시가 고용한 용역업체, 일부 경찰관 등이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은 3년여 전 ‘옥바라지 골목’ 사태에서는 “아침부터 철거를 시작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화가 정말 많이 났고 현장에 나갔고 중단지시를 했다”고 했다. 우리공화당 측과 옥바라지 골목 주민들에 다른 잣대가 적용된 셈이다.

박 시장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낸 페이스북 포스팅엔, 그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노키오는 거짓말하면 코가 늘어나고, 박원순은 거짓말하면 머리카락이 늘어나나보다” “우파와 반페미니즘 성향 인사에겐 한없이 엄격한 반면 좌파와 페미니즘 앞에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대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공격당하는 거 아니냐” “(우리공화당에 적용된 것은) ‘아름다운 폭력’이냐” 등이다.

우리공화당 측은 서울시 용역이 천막을 철거한 뒤 5시간 만에 더 큰 규모로 천막을 재설치했다. 이에 박 시장은 전날(27일) 최후 통첩이라는 식의 계고장까지 보내며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애국당이 얼마나 폭력적인 집단인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시민의 인내에 한계가 왔다”는 입장을 냈다. 우리공화당 측은 서울시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이유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천막을 이전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박 시장이 3년여전 강제철거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 전문(全文).>

제게는 큰 빚이 있다. 용산참사 때 저도 진상규명, 서울시와의 중재, 사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문제 등 여러 문제에 관여한 적 있다. 시장이 되어서는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런 대규모 재개발은 안된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이미 서울시 전역에 1000개가 넘는 곳에서 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더라. 어딜 가나 재개발을 추진하는 쪽과 해제해달라는 쪽의 싸움이 처절할 정도였다.

그동안 갈등조정팀도 파견하고 서로 의견이 합의를 이룰 수 있게 노력을 해서 상당부분은 해제했지만 아직도 200여군데 이상이 오도가도 못하고 남아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들이 나와서 제 앞에서 길가에 쓰러지면서 해제해야 한다고, 철거는 안된다고 했고, 나도 함께 가슴으로 울었다. 제가 보니까 사실 참 어려운 문제더라. 재개발이란게 건물주의 동의만 따지지, 여기 들어와 있는 임차인들, 월세, 전세 사는 사람들의 의견은 반영이 안되더라. 근데 내가 취임해서 줄곧 주창하고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에는 당연히 임대 사는, 월세 사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잖나. 뿐만 아니라 제가 취임했을 땐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전이 되어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들 정도의 경우가 많았던 듯하다.

이번 문제가 된 무악2구역도 지난한 과정 거쳐서 오늘까지 왔다. 그동안 서울시는 충분한 협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철거유예 요청공문을 종로구나 시행사인 롯데건설에 몇 차례 보냈고 관련자와 면담도 계속 진행했다. 그런데 상황이 진전되지 않아 주민과 제가 만나기로 했다. 주민들이 요청을 해왔다. 이미 진전이 많이 돼서 막기가 사실 어렵다. 이곳이 옥바라지골목이라는 것도 한참 진행된 뒤에 전문가들이 주장하기 시작했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17일 오후에 뵙기로 약속했는데, 행사를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SNS를 봤더니 새벽부터 철거되고 있다고 하더라. 절차, 원칙, 상식, 정의, 예의 등 어떤 것으로 보더라도 시장이 당사자들 만나기로 돼 있는데 아침부터 철거를 시작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화가 정말 많이 났고 현장에 나갔고 중단지시를 했다. 

어찌 됐든 간에 기습적인 강제철거는 안된다고 본다. 왜냐면 그곳에 사람이 있었잖나. 사람마저 철거의 대상일 순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을 철거할 수 있나. 특히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보다는 끈덕지게 대화해야 한다. 물론 지금 관리처분을 나와 있고 법원의 판결도 받아놓은 상태에서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무조건 옳다고 주장할 순 없다. 너무 일방적이라고 비난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아까 말한 그런 철학과 원칙 하에서 추진해야 한다,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반대가 있더라도 그런 비난 기꺼이 감수하겠다.

취임하면서 다짐한 말이 있다. 자기 권리조차 얘기하기 힘든 사람들, 힘에 짓눌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시장이 되겠다는 생각 지금도 변한 게 없다. 시민을 향해서 큰소리 치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큰소리 치겠다는 결심 늘 다짐하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시에서 무참한 처참한 강제철거가 있어선 안된다. 집은 누구에게나 생명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겠다. 사회적 약자가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고 조합, 시행사, 철거민과 함께 합일점을 찾을 수 있도록 더 소통하겠다. 소통해야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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