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작년 이어 올해도 집필진 무시하고 새 교과서 무단 수정
'대한민국,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지워져
대한민국 건국 과정 왜곡하고 시위 장면과 촛불집회는 전면 부각

교육부 전경.

작년에 이어 교육부가 다시 집필진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초등학교 국정 교과서의 역사 관련한 내용을 무단 수정한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28일 펜 앤드 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으로부터 교과서가 이상하다며 분석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면서 “집필진에게 받은 최종본과 새 교과서를 분석해 보니 오류와 왜곡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27일)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문재인 정권의 역사 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교육부는 작년에 집필자의 명의를 무단 도용하는 방식으로 교과서 내용 중 213군데를 불법 수정했다. 이러한 혐의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인정돼 2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이미 수정된 교과서는 작년에 사용하고 폐기된 뒤였다. 그런데 올해 연이어 교육부가 집필진의 동의 없이 새 교과서 내용 중 일부를 수정·삭제하고 34군데를 추가 삽입한 것이다.

'1948년 국제연합이 우리나라를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했다'는 문구가 삭제됐으며, 우리나라 건국을 부정하고 정부 수립으로 축소돼 있다. 반면 북한은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1948년 국제연합이 우리나라를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했다'는 문구가 삭제됐으며, 우리나라 건국을 부정하고 정부 수립으로 축소돼 있다. 반면 북한은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우선 교육부는 ‘1948년 12월 국제연합이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는 문장을 삭제했다. 그 대신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내용을 삽입해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정부 수립’으로 역사적 가치를 축소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선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을 수립했다'고 기술하며 사실을 왜곡·과장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에 관해선 ’박정희가 부하에 의해 살해됐다‘는 문구와 함께 장례식 보도 사진을 넣어, 초등학생 인격이나 정서를 고려 않고 선정적으로 부각했다.

교육부는 기존의 교과서 집필기준에 없던 촛불집회 대목을 삽입했다.
교육부는 기존의 교과서 집필기준에 없던 촛불집회 대목을 삽입했다.

추가로 삽입된 34군데의 내용은 모두 시위·집회와 관련돼 있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운동 중 사망한 박종철 사건, 이한열 사건, 그리고 2017년 촛불집회가 모두 교과서의 한 페이지씩을 차지했다.

홍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새 교과서가 정치가 곧 갈등이고, 갈등은 시위와 집회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라며 “이한열 씨, 박종철 씨의 장례식 사진을 내보내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시위하고 죽어야 한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4·19혁명과 관련해 ‘탕탕탕 총이 울리자 언니 오빠들은 피로 물들었다… 우리도 뒤를 따르렵니다’라는 시가 나온다”며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감정·정서를 완전히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역사 교육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공교육은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인격을 발현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병헌 국사교과서 연구소장은 기자에게 “촛불집회를 교과서에 부각한 것은 촛불집회로 만들어진 현 정권을 홍보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또한 (촛불집회처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로 문제를 해결하라며 아이들을 독려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하고 또 이것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며 비교육적인 행태다”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사회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당은 교과서 불법 수정과 관련해 전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특별 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지난달에는 한변과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등 자유 우파 성향의 변호사 단체들이 학생·학부모·교사 등 1175명 명의로 현행 초등학교 5·6학년 사회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바 있다. <교과서 사진출처 : 2019년 초등학교 6-1 사회, 교육부>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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