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다른 조합원 통해 '편지' 전문 올려...한자 파자까지 거론하며 투쟁 북돋는 식
‘옳다’는 뜻의 한자 ‘義(의)’ 해석 두곤 “우리네 생존을 짓밟는 저들의 탐욕과 수탈에 맞서 싸우는 것”
한상진 편지 글에 민노총 전 위원장 한상균이 ”잘 배우고 계시네요” 댓글 남기기도

28일 민노총 홈페이지에 내걸린 한상진 석방 요구 배너(좌)와, 한상진이 지난 24일 다른 민노총 조합원을 통해 전한 편지 모습(우). (사진 = 민노총 홈페이지, 한상진 페이스북 등)

불법 집회에 참가했던 혐의로 붙잡혀 이송되던 중에까지 무단으로 휴대폰을 사용해 SNS에 글을 올렸던 민노총 간부가, 이번에는 지인에게 편지까지 쓰며 SNS 게시를 부탁했다. 서울 남부구치소에 있는 그는 독서와 운동, ‘소소한 사색’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민노총 조직국장인 한상진의 페이스북에는 지난 24일 한 글이 올라왔다. “한상진 동지의 요청으로 공유합니다”라 시작되는 이 글은, 한상진이 다른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1000자분량 글이다. 한상진은 김명환(민노총 위원장)이 주도한 지난 3월과 4월 국회 앞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구속됐다. 앞서 경찰은 구속 중이던 지난 5일, 한상진에 휴대폰을 주고 페이스북 글을 올리도록 방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상진의 글에는 자신의 구치소 생활이 담겨 있다. 그는 “구속된지 20일이 다 되어가는 오늘에서야 인사를 드린다. 구속적부심마저 기각당하고 구치소로 건너 와 이제 모든 적응을 끝내고 이곳에서의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다”며 “오랜만에 들어온 구치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온 우리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산물이라 생각하니 뭉클하다”고 했다.

한상진은 구치소에서 한자를 ‘파자(破字)’하는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편지에는 “첫 번째 결과물을 공유한다. ‘옳다’라는 뜻의 한자는 ‘義(의)’다. 파자하면 ‘羊(양)’자와 ‘手(수)’자 그리고 ‘戈(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을 손에 들고 있는 무기로 지킨다’라는 뜻”이라며 “‘羊(양)’자는 옛 인류 선조들이 가진 최고의 재산이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변히 가진 것 없는 민초들은 양과 염소가 가장 귀한 소유였다. ‘양’은 바로 우리네 생존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있다. 

한상진은 아름다울 미(美), 착할 선(善) 등의 한자를 두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놨다. ‘민초들의 가장 귀한 소유’인 양(羊)자가 들어갔으니 좋은 뜻이라는 식이다. 이어 앞서 언급한 의로울 의(義)에 대한 해석은 “우리네 생존을 짓밟는 저들의 탐욕과 수탈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민노총의 소위 ‘투쟁의식’을 한자 파자까지 끌어들여 북돋는 셈이다. 이어 “우리네 모든 투쟁이 ‘선’이고 ‘의’인 까닭에 오늘도 현장을 지키며 조직하고 투쟁하는 모든 동지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에는 새로운 파자로 뵙겠다”며 추가 편지도 예고했다.

한상진의 글에는 민노총 전 위원장 출신인 한상균이 “하얀 벽과 철창이 스승인 감옥에서 잘 배우고 계시네요”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상균은 2015년 소위 ‘민중 총궐기’라는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017년 5월31일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아, 2년5개월을 복역한 뒤 지난해 6월 가석방됐다.

민노총은 28일 현재 홈페이지에 배너까지 내걸며, 문재인 정부와 사법부에 한상진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한상진에 대한 전교조와 전공노의 면회 행렬이 이어지면서, 구속의 의미가 희석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한상진의 페이스북에 올라간 글 전문(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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