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부대로 옮겨진 '워리어플랫폼', 소음기, 야간투시경 등 모두 침투 작전에 필수적인 장비들로 구성돼 있어
"무기 없는 참수부대, 겉무늬만 참수부대인 셈"...軍, "참수부대의 장비는 지속적으로 다른 부대에 임대할 것"

우리 군이 전시에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특전사 13여단의 핵심 장비를 남수단에 파견될 한빛부대에 전용(轉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대북 최후의 대응책을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는 27일 펜 앤드 마이크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뇌부 제거를 포기하고 13여단을 해제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6월 중순쯤, 특전사 13여단에서 한빛부대로 반출된 장비는 소음기와 조준경, 야간투시경 등으로 구성된 ‘워리어 플랫폼’으로, 모두 침투 작전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한빛여단은 내전을 겪은 남수단에 평화를 정착하는 목적으로 창설된 부대로, 인원 중 3/4이 공병과 의료부대로 편성돼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재건 지원 임무를 띤 한빛부대에게 왜 특수임무용 장비를 지급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특전사 13여단은 재작년 만들어져 북한으로 침투해서 수뇌부를 제거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북한 국가안보의 제1순위는 국토와 국민이 아니라 수령을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김정은 위원장을 제거하면 충분히 승리가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창설됐다. 올해 1월까지 유지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 전력과 작전을 의미하는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전력이었던 셈이다.

현대에서 ‘참수 작전’의 대표적 사례는 2003년 이라크침공 후 사담 후세인의 체포, 2011년 9·11테러의 주범 빈 라덴 사살 등이 있다.

하지만 작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대북체제의 판도가 바뀌면서 군 당국은 대북 ‘3축 체계'를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 체계'라는 용어로 대체했다. 기존에 쓰던 ’북한 핵·WMD‘에서 ’북한‘이란 문구도 삭제됐다. 동시에 ’참수작전‘의 공식적 용어인 ’대량응징보복‘은 ’압도적 대응‘으로 바뀌었다.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킬 체인은 ’전략표적 타격‘으로, ’한국형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한국형미사일방어 능력’으로 각각 변경됐다.

이런 가운데 13여단의 특수 무기가 해외로 파견되는 평화부대로 반출됐다. 13여단의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장비를 보급받아 제대로 사용도 못 하고 반납하게 됐고, 이번을 계기로 장비 전체가 반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또한 13여단 내부에선 “언제 장비를 보급하느냐는 요구가 많았는데, 정작 들어오자마자 엉뚱한 부대로 넘어가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군 안팎에서는 “해외 파병 부대의 장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참수 부대 장비가 아니라 새로운 장비를 사용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 대표는 "무기 없는 참수부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이걸로 13여단은 해체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군 담당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해외 파병 부대가 현지에 도착하는 즉시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효과적으로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 파병 준비 기간에 참수부대의 장비를 임대해 훈련한 것“이라며 ”장기 임대 형식으로 향후 다른 해외 파병 부대에도 활용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수뇌부 제거’ 작전을 사실상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한국의 참수부대에 상응하는 특수작전군을 재작년 창설했다. 유사시 특수작전군을 동원해 남한 후방으로 침투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것이다. 북한군은 총 10만에서 20만명의 특수작전부대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런 부대를 유지하는데 한국은 같은 기능을 전면 축소한 것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