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주했어야 할 UAE 원전 정비사업 놓쳐... 임종석 전 실장은 현 정부의 성과라 부풀리며 이전 정권과 한전 KPS 비난
27일 한전 관련사 공동 내부망 게시판에 사실 왜곡하는 임 전 실장과 현 정부 성토 게시글 쏟아져
현 정부의 뜬금없는 탈원전 정책 추진, UAE와 국방협력 이면계약 의혹 제기 등으로 신뢰 상실해 단독수주 실패

출처: 한전 KPS 블라인드 캡처
출처: 한전 KPS 블라인드 캡처

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한수원, 한전 KPS)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정비 사업 단독수주를 결국 놓쳤다. 이런 가운데 비난 여론을 의식한 現정부 유력인사와 親정부 언론들이 계약 성과를 부풀리며 前정권과 기존 에너지업계를 비난하자 한전 KPS 직원 등이 성토하고 나섰다.

27일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망 게시판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UAE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이 사실관계에서 어긋난 잘못된 비판이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와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5일 JTBC에 "UAE 계약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불가능한 계약"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사업을 넘겨 받았을 때 이미 물 건너간 상태였다. 한전 KPS가 신뢰를 잃어 이전 정부에서는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임 전 실장은 "전 정부에서 다 꺼진 불씨를 지금 정부가 살려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전업계 관계자의 실제 이야기는 달랐다.

출처: 한전 KPS 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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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전 KPS 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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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KPS 등 컨소시엄 직원들에 따르면 UAE 바라카 원전 준공(4호기까지 건설 예정)이 미뤄지며 정비 계약도 덩달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전 KPS는 UAE 측이 계약 협상 과정에서 발전소가 고장날 때마다 보증금(Deposit) 2000억을 제하겠다고 하자 말도 안되는 조건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멈춰선 일수에 따라 피해가를 계산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 KPS 측은 유형자산과 달리 원전 정비 경험을 통해서만 축적되는 기술력, 즉 노하우를 UAE 측이 가져가겠다는 요구에 독소조항이라며 계약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뒀다고 한다.

출처: 한전 KPS 블라인드 캡처
출처: 한전 KPS 블라인드 캡처

이처럼 한국 컨소시엄과 UAE 측 간 팽팽한 정비 계약 협상 과정에서 UAE 측 컨설팅을 맡은 업체가 한국팀의 영어실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폄훼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이번 문제는 2017년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준공된 후 2018년까지 시험 운전 기간을 거치는 중에 물밑협상을 통해 우호적 계약 조건을 끌어냈어야 할 문재인 정부로부터 비롯된 점이 크다. 현 정부가 UAE 측과의 협상에서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뀄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UAE의 불신을 조장했다는 평가를 해왔다. 그리고 현 정부는 지난 정부 당시 국회를 우회한 국방협력 이면계약 의혹을 제기했다가 UAE와의 국가 간 우호관계까지 저버렸다는 외교가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를 급히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 건설 기념식에 참석해 바라카 원전을 '신의 축복'이라 말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주를 이뤘다.

한편 한국전력이 2016년 UAE 원자력공사(ENEC: Emirates Nuclear Energy Corporation)와 합작해 원전 운영회사인 나와(Nawah)를 설립할 때 이미 한국이 60년간 원전 유지 및 보수를 전담하는 사업을 맡기로 했었다. 한수원은 약 1조 원인 9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운영지원계약(OSSA)도 따냈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UAE 측이 LTMA(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 즉 한국이 일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던 10∼15년 간의 장기 정비 계약을 돌연 입찰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해 11월에는 UAE 측이 우리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장기서비스계약(LTSA: Long Term Service Agreement)을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맺었다.

이러한 일련의 배경들을 생략한 채 임종석 전 실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리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은 현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을 돌리기 위해 '성과 부풀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원전업계 종사자들을 향해 신뢰받지 못한 집단이라 비난하며 자신들의 성과를 부풀리는 것은 심각한 수준의 여론몰이라는 반발을 낳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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