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내각, 5일 대정부질문서 훈련재개 입장표명 거부
정진석 '한미 이견 없나' 묻는데 송영무 "한마디도 못해"
李총리 "올림픽 눈앞에 둔 시점 재개다 뭐다 얘기는…"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적이 없으며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즉시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을 두고,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5일 내각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듯 부자연스러운 침묵을 내내 유지했다.

오히려 한미연합훈련 재개 여부와 시기에 관한 입장을 국민들 앞에 밝히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에, 국무총리가 수차례 즉답을 피한 끝에 "그렇게도 못 알아 들으시나"라는 '폭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

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4선·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이날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우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불러 "올림픽 이후 중단된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는지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한다"며 "케네스 맥킨지 미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이 올림픽 이후 연기된 훈련을 즉각 재개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 입장도 같은가"라고 물었다.

송영무 장관은 자신이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을 만나 훈련 재개 여부·시기에 관해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모두 끝난 후 한미가 공동발표한다'는 것 외의 사항을 일체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며 입을 닫았다.

정진석 의원은 재차 "한미 합동 군사훈련 재개에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송 장관은 "그런 얘기까지도 일체 제가 안 하기로 했다. 참고해 달라"며 "한 마디라도 드리게 되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인 거기(분위기에 저해) 할 것같아서 안 하기로 했다"고 답변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한국당 측 의석에서는 송 장관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불만 제기로 술렁임이 감지됐다. 정 의원은 "동맹이 있으면 훈련이 있다. 국방장관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쏘아붙인 뒤, 총리께서 나와주셔야겠다"고 이낙연 총리를 불렀다.

'총리는 의견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 총리는 "한미 정상이 올림픽과 관련해 (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상황은 그렇다"고 '딴 소리'를 늘어놨다.

정 의원이 '언제쯤 재개되느냐'고 질의하자 이 총리는 "그건 한미 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즉답을 피하면서 "올림픽을 눈앞에 둔 시점 (훈련) 재개다 뭐다 이야기하는 것은"이라고 말끝을 흐린 뒤 "의원도 생각하시는 게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거듭 정확한 답변을 요구받자 이 총리는 "올림픽과 관련해 연기한다고 한미 정상이 합의했다. 그거에 따라 해석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사실상 '알아서 생각하라'는 식의 답변을 늘어놓았다.

정 의원과 한 차례 승강이를 벌이던 이 총리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한미 정상) 합의가 나왔다. 올림픽이 끝나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다 아실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매우 실망스런 답변"이라며 "매년 치러 오던 한미연합훈련의 올림픽 이후 재개에 대해 기본적인 입장도 없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리가 "아까 말씀드렸다"며 "그렇게도 못 알아 들으시겠나"라고 적반하장격 반응을 보이자, 한국당 측 의석에서는 그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자당 의원들에게 '괜찮다'는 반응을 보인 뒤 이 총리에게는 "제가 못 알아들은 걸로 느껴지시나"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이 총리는 "제 말씀이 뭔지 아실 것"이라며 이때 와서야 "올림픽 이후에도 (한미 훈련을) 연기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의원은 "이 순간 한미 관계가 매우 어렵다. 전통적인 한미 관계에 균열이 발생했다. 비정상의 동맹"이라며 "미국 핵추진 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막았고 올림픽 이후 군사훈련도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총리는 "불확실하지 않다"고 끼어들었고, 정 의원은 "말 끊지 마세요 총리. 본 의원이 답변 기회를 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빅터 차 주한 미국 대사 지명 철회에도 불구, 해당 사실을 총리를 비롯한 내각 핵심 인사들이 언론 보도보다도 늦게 알았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 "정상적인 동맹이면 이런 일이 발생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북한이 자칭 '건군절'을 올림픽 직전인 지난 1월22일 급(急)변경하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데 대해서도 "우리가 당연히 부정적 메시지를 보냈어야 하는데, 어떻게 북한 입장을 '우연히 일정이 변경된 것'이라고 우리 통일부 장관이 두둔하고 대변하느냐"고 추궁했다.

이 총리는 "빅터 차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가 우리 외교부에 양해해달라는 유감 표명을 한 바가 있다"고 답했으며, 북한 열병식 강행에 관해서는 "북한의 군 창건일이 2월8일이 된 건 2015년부터고 이번에 우연히 된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실소를 보내며 "금년 북한 달력을 보셨나. 북한 달력에도 4월25일이 (건군절이라고) 빨간 날이 돼 있다"고 반박했음에도 이 총리는 "그렇지 않다"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총리가 주장한 '2015년 변경설(說)'은 다음 질의 순서인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2015년부터 했다는 건 정규적 '혁명무력강화발전'이다. 열병식에 대한 결정이나 군 창건일에 대한 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정 의원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 발표에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씨를 초청하는 등 적극 화두로 올린 북한인권문제를 거론, "문재인 정부 이후 왜 그토록 북한인권에 대해 무심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는 2년 전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것 알고 계실거다. 그리고 법률에 의하면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도록 돼 있는데, 2년 지나도록 출범을 못 하고 있다. 총리가 직접 챙겨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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