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때부터 민간 돈 뜯어가더니 이제는 운영 법인 만들면서도 돈 달라는 식...제로페이 해도 별 이득 없어 금융권 '고심'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 첫 날인 1월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제로 페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 첫 날인 지난 1월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제로 페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관제페이’ ‘다단계회사’ 등 비판을 받아온 ‘제로페이’의 민간 법인(SPC) 설립 과정에서 은행들에 출연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최서원(최순실)의 기업 출연금 압박을 문제삼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또 ‘내로남불’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기업벤처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든 제로페이간편결제추진단을 통해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은행들과 핀테크 업체에 민간 법인 운영에 필요한 재원 협조를 요구했다. 이 ‘재원 협조’에 명시된 최소 출연금은 10억원이었다. 관(官)이 만든 제로페이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며, 속칭 ‘삥’을 뜯겠다는 식이다. 심지어 중기부는 출연금은 법인 설립 후 ‘기부금’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이를 요구받은 은행과 핀테크 업체 측은 고민하고 있다. 제로페이로 얻는 이득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1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수수료 ‘제로’를 표방하고 있어, 민간 금융회사들은 제로페이를 통한 수수료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처음 참여한 28개 민간 은행과 업체들도 등 떠밀리다시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로페이는 “카드 결제 수수료가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의 주 원인”이라며 이를 완화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범했다. 운영은 정부가 했지만, 개발 단계부터 민간 돈(초기 설치 비용 39억원)이 들어갔다. 이제는 법인 운영에 필요한 돈(연간 35억원)을 출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제로페이를 적극 밀고 있어, 아무리 ‘자율 기부’ 형식이라고 해도 이를 거부하는 경우 문재인 정부에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또 문재인 정부가 이 ‘자율 기부’를 거절한 은행에 재차 출연을 요구했다고도 한다. 반면 IBK기업은행 등 일부는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며 돈을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막무가내 출연금 요구에 ‘최순실과 뭐가 다르냐’는 말이 나옴에도, 문재인 정부는 ‘자율적 출연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로페이추진단 관계자는 한 언론에 “참여사는 전적으로 내부 판단에 의해 출연금을 낼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다”며 “설령 참여 업체가 SPC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사업 참여는 그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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