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 삼척항까지 오는데 필요한 기름은 약 1000리터...어디서 구했나?
목선 내부에 쌀·양배추·감자 등 있지만 정작 취사도구는 없어... 생쌀을 씹어 먹었나?
삼척주민들 "7~10일간 항해한 사람치고 외관과 행색 지나치게 멀끔"..."우리 같은 어업종사자 절대 아냐"
북한 주민 2명 귀국 의사 밝히자마자 다음날 신속히 북한으로 귀국...전례 없는 조치
軍, "오징어 철이라 동해안에 북한 어선 많다"...삼척 주민들 "그물도 오징어잡이용 아냐...선박에 오징어 먹물 흔적도 없어"
한국당,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건의 추진... 군형법 위반 혐의로 文대통령 고발 논의

15일 발생한 ‘북한 목선 귀순’ 사태는 11일이 지난 지금도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이 조사 중에 있다. 당초 정부는 군 당국의 최초 브리핑이 축소·왜곡된 것을 알고도 묵과한 바 있다. 북한 목선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정부와 군은 ‘근거 없는 음모’로 몰아가며 사태에 함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6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은폐 혐의를 받고 있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키로 했다.

북한 목선 귀순 동선
북한 목선 귀순 동선

1. 북한 목선은 어떻게 800km를 항해했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의혹은 700~800km나 되는 해상 거리를 북한 목선이 어떻게 이동했는가 하는 점이다. 목선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톤급으로 소형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주민 4명은 함경북도 경성에서 소형 목선을 타고 9일 출항해 NLL을 넘어 삼척항에 오기까지 700~800km의 거리를 이동했다. 당시 동해는 대체로 남해에서 북해로 해류가 움직이고 있었다. 따라서 해류를 거슬러 남하하기 위해선 운항 내내 엔진 동력을 써야 하므로 최소 1000리터 이상의 기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1000리터 이상의 기름은 목선 무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목선에는 녹색 통이 2개 가량만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쌀29kg, 양배추6.1kg, 감자4.1kg, 고추·당면 등 음식 재료가 목선에서 발견됐다. 멸치조림, 고추·깻잎 장아찌, 소금과 된장도 10.3kg 가량 실려 있었다. 하지만 취사도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정원이 최초 보고에는 취사도구가 있다고 했는데, 막상 삼척항에 갔을 때는 취사도구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취사도구 없이 바다에서 일주일 이상 운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조업을 하다 기관 고장으로 닷새를 표류하다 엔진을 고쳐 삼척항으로 들어왔다는 북한 주민의 말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국정원 보고에서 쌀도 있고 양배추도 있고 먹을 게 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생쌀을 먹지 않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15일 북한 목선을 최초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민간인 김경현 씨(51)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 4명 중) 가장 젊은 사람 1명은 빳빳하게 다림질한 옷을 입고 있었다. 다리미로 칼 주름을 잡은 옷이었다”며 “작은 목선을 타고 수백km를 항해한 사람들치고는 지나치게 멀끔한 모습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7일간 항해한 모습이라고 볼 수 없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목선의 귀순을 돕는 ‘브로커 선(船)’이 인근 해역에 있었을 거란 의혹이 제기됐다.

목선에 탑승한 북한 주민 4명
목선에 탑승한 북한 주민 4명

2. 단순 귀순인가, 위장 간첩 귀순인가?

북한 주민 4명은 자신들을 어업종사자라고 밝히고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 삼척항으로 떠밀려 내려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에 입항한 것이 CCTV를 통해 밝혀져 이들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들을 목격했던 삼척 주민들은 하나같이 “우리와 같은 어업종사자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어민들은 손에 바닷물을 묻히기 때문에 손이 거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 4명의) 손이 너무 깨끗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7일간 항해한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깨끗한 외관 상태를 미루어, 이들이 어업을 목적으로 출항한 게 아니라 귀순을 의도하고 동해로 나왔다는 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목격자 김경현 씨도 “젊은 사람 2명만 옷을 깔끔하게 입었고, 나머지 2명은 군복에 점퍼를 걸쳤다”라며 “젊은 사람 2명과 나머지 2명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또 사진을 보면 나이 든 사람은 고무 장화를 신었지만 인민복처럼 보이는 군복을 입은 2명은 단화를 신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2명은 조사 중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정부는 다음날인 16일 북한 당국에 송환을 통보한 뒤 판문점을 통해 2명을 귀국시켰다. 자력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을 이처럼 신속하게 귀환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기호 전5군단장이자 전 새누리당 의원은 펜 앤드 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목선이 위장 간첩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의원은 △북한의 일반 어민이 통신기기와 네비게이션을 소지하기 어렵다는 점 △북한 주민의 외관과 행색이 어민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북한은 탈주를 예방하기 위해 어민에게 반나절 분량의 기름만 주는데 이들은 7일간 항해할 만큼의 기름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북한 목선을 간첩선으로 규정했다.

북한 목선 전경
북한 목선 전경

3. 어업을 했다는 북한 주민의 주장에 근거는 있나?

15일 북한 주민 4명은 경찰에게 어업 중 삼척항으로 떠내려 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목선 내부에는 별 다른 어업 용구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업항해를 위한 통신기기와 GPS장치, 안테나, 전선, 연료통, 손전등, 그물은 있었지만 잡은 물고기를 보관하는 어창은 비어 있었다.

목격자 김경현 씨는 조선일보에 “배 안에 그물이 한 개뿐이었는데, 거의 새것이었고 사용한 흔적이 없어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초동수사에 나선 삼척항 파출소 오 모 경사도 “이상한 점은 선내 주변이 좀 깨끗했던 것”이라고 25일 자유한국당 진상조사단에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GPS에 남은 흔적으로 보건대 어로 활동을 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군은 “최근 오징어잡이 철이라 북한 어선의 동해안 조업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GPS 기록은 단순 경로를 알리는 것에 불과하며, 군의 설명도 단순 추정에 불과해 북한 주민이 어업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삼척항 어민들은 목선에 있던 그물을 두고 “먼 바다에서 쓰는 오징어잡이용 그물이 아니었다”며 “오징어를 잡으면 먹물 때문에 배가 엉망이 되는데 너무 깨끗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정부가 북한 목선 사태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15일 사건을 접수한 해경으로부터 대략적인 사실을 청와대·국정원·합참·통일부 등 상위 기관이 전파 받고도 이틀이나 걸려 17일 군이 사실을 축소·왜곡해 브리핑한 것이며, 이 장소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참석해 예의주시했음에도 군의 허위 브리핑을 묵과한 점은 의혹에 감싸여 있다.

북한선박입항 진상조사단 회의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
북한선박입항 진상조사단 회의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

한편 자유한국당은 26일 국회에서 ‘북한선박입항진상조사단’ 회의를 열고, ‘북한 목선 귀순’ 사태와 관련해 조작·은폐 혐의를 받고 있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바른미래당과 논의 중에 있다"며 "국방부 장관이 은폐를 넘어서 (사태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을 알리기 싫어서 국방위를 열지 않고 진실이 온 세상에 밝혀지기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군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과 은폐 의혹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면서 "조금 더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사실에 조금 더 접근한 후에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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