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초등 사회 교과서 수정하기 위해 집필자 도장 도둑질해 쓰고 위조된 협의록 제출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사실 부정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변경되는 등 보수우파의 역사적 가치 대폭 축소
자유한국당, 진상 규명 위해 당시 교육부 김상곤 장관 소송 예정

 

교육부 전경(연합뉴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대거 수정하는 과정에서 집필자의 동의 없이 도장을 도둑질해 쓰고 협의록까지 위조한 혐의가 25일 조선일보에 의해 보도됐다. 이날 교과서 집필자였던 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학과 박용조 교수는 펜 앤드 마이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부가 나서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크게 개탄했다.

재작년 9월 교육부의 교과서정책과장 A씨는 연구사 B씨에게 "관련 민원이 있으면 (교과서를) 수정하는 데 수월하다"고 언질을 주었다. 이에 연구사 B씨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꿔 달라는 대리 민원을 교사 D씨에게 요청, 교사 D씨가 이 같은 민원을 올림으로써 B연구사는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펜 앤 마이크가 작년 초등학교 국정 사회 교과서의 수정 대조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부정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고, '한강의 기적', '새마을 운동' 등 산업화를 거쳐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대폭 축소·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박용조 교수의 허가를 받지 않은 날인이 위조된 채 찍혀 있다(전희경 의원실 제공)
박용조 교수의 허가를 받지 않은 날인이 위조된 채 찍혀 있다(전희경 의원실 제공)

아울러 교육부 과장 A씨를 비롯해 교과서 수정 작업을 모의한 이들은 집필자의 도장을 훔쳐 쓰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

본래 교과서를 수정하기 위해선 집필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집필자 박 교수가 교과서 수정 제안을 거부하자 이들은 박 교수의 도장을 훔쳐 써서 위조한 협의록을 교육부에 제출한 것이다.

이렇게 불법으로 수정된 사회 교과서는 전국 6064개 초등학교, 43만 3721명의 학생에게 배포돼 교재로 쓰였다.

A과장과 B연구사는 검찰에서 "문재인 정부 입장에 맞춰 교과서가 수정됐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 염려돼 출판사가 '알아서 고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지시 여부 등 윗선의 개입 정황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과서 집필자였던 박용조 교수는 펜 앤드 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교과서를 수정하려면 수정·보완 대조표를 나한테 보여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절차 없이 교육부가 마음대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부가 나서서 학생들에게 정치색을 입혀서는 안 된다"고 교육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펜 앤드 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검찰이 과장 선에서 수사를 종결하려 하는데, 이제 교육부가 나서서 교과서 불법 수정을 진두지휘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따라서 우리는 당시 교육부장관이었던 김상곤 씨까지 수사 받을 수 있도록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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