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이 초판1쇄 발행일... 현 정권의 적폐 청산, 즉 '역사 길들이기' 심각한 가운데 출간
국제사회에서도 6.25는 남침인데 한국사회만 '우리민족끼리'라는 허울에 눈이 멀어 6.25를 쌍방과실로 보려 해
짧고 쉽게 쓴 이 책으로 6.25전쟁의 발발 이전과 휴전 이후까지 조망할 수 있기를

아직도 한국사회는 6.25전쟁에 대해 후진적인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냉전 구도 성립 이후 최대의 국제전인 6.25전쟁은 명백한 남침이었다. 1980년대 한국 대학가를 휩쓸었던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류의 사관들이 토착변종같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오늘날 브루스 커밍스조차 남침이라고 말하는 6.25전쟁을 상호과실로 조명하거나 당시 한국의 지도층과 국군을 매도하는데 초점을 맞춰 '본질 흐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한 신간,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강규형,김용삼,남정욱,정경희,주익종 공저, 기파랑, 2019)이 새로 나왔다.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6.25전쟁을 일으키려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집요하게 설득한 김일성과 박헌영 이야기부터 휴전 이후 6.25전쟁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6.25전쟁 관련 핵심 정보들이 매우 쉽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편 초판1쇄 발행일이 2019년 6월 25일이라는 점은 다분히 현 시국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와 나란히 24일 저녁 종로 안국동 펜앤마이크 카페 2층에서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정경희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공저자들이 참석해 책 출간 경위와 책에서 놓쳐선 안될 핵심 내용들을 다시 짚어줬다. 이후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전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등이 서평을 겸한 토론에 나섰다.  

이날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캐슬린 웨더스비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교수의 러시아 외교문서 연구를 설명하며 "남침이 부동의 사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러시아 옐친 대통령이 차관까지 제공하면서 수교를 맺어준 한국에게 답례로 준 6.25 관련 외교문서, 즉 '옐친 문서'를 강조했다. 6.25 전쟁에 대한 전모가 동구권 붕괴 이후 드러난 외교문서들을 통해 거의 온전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김일성 못지않게 박헌영도 남침에 앞장섰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를 부각시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역사문제연구소를 설립한 원경스님이 박헌영의 아들이라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주익종 박사는 "6.25전쟁이 발발되자마자 이승만 대통령은 이 전쟁을 세계사 속에서 어떤 성격의 전쟁이 될 것이라 판단내렸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사료 분석을 근거로 "이승만은 한국을 '사라예보'로 만드려 하지 않았다. 남북 갈등을 세계대전으로 일으킬 생각은 없었으나 이미 공산권 침략을 받은 마당에 국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 수완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도 강 교수와 함께 '옐친 문서'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있는 6.25와 옐친 문서 속의 6.25는 완전히 다른 전쟁이다"라며 "중국 공산당에는 옐친 문서와 같은 6.25 관련 문서들이 쌓여있다. 이들이 공개되는 날이 오면 남침으로서의 6.25, 그리고 전쟁을 조기에 끝내지 못하고 3년이나 끌어온 과정 모두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 말했다.

여기에는 물론 3년간의 6.25전쟁을 통해 미국과 중국 등을 한반도에 묶어두고 동구권 공산화를 시도하려 한 스탈린의 국제전략이 주효했지만 중국 입장이 더 드러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평자인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요즘 좌파들과 그들의 세례를 받은 사교육시장의 강사 및 청년들이 '런승만'이라 하더라. 다들 아시느냐"며 물은 뒤 이에 대한 해명이 빠진 점이 못내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한 반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류 교수는 "어느 나라나 최고 수뇌부는 전략전술의 최종 결정자들이므로 늘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최우선으로 안전을 따지며 적군의 추격을 피해야 하는데 이런 행적들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냐. 먼저 앞장 서서 전사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이에 호응해 강 교수는 "한국사람들이 이승만 대통령이 6.25 당시 행적을 너무 악의적으로 비난한다"며 "그런 식이라면 왜 김일성이 만주로 피신해 지휘한 사실에는 침묵하나? 한반도 밖, 그러니까 아예 외국으로 피신한걸 좌파들이 연구 및 교육과정에서 쏙 빼놓는다"고 지적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흥미롭게도 김일성의 1949년 신년사를 보면 '국토강점'이란 말이 13번 나온다"며 "이와 같이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보는 북한의 시각은 뿌리가 깊고 지금까지 불변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에 출간된 책에 "김일성이 소련으로 가기 전부터 6.25전쟁을 내부적으로 추진해온 점이 다소 빠진 것 같다"는 아쉬움에서 나온 설명이었다.

공저자로 참여한 남정욱 교수는 "'사료 중심'이라는 기획 취지가 좋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시도여서 공저자로 참여했다"고 말하며 "당시 한국이 옳은 길을 선택해 옳은 일을 했어도 이를 역사적으로 증명해야한다는 슬픈 현실"이라 오늘날 상황을 요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현 정권이 역사를 구미에 맞게 왜곡하고 선전선동하는 지금 이 책이 반가운 이유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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