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상회담 거절, '한미일 삼각동맹’의 위기이며 길 잃은 한국외교의 현주소
아베, “한국 측이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주장
한반도,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이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왔던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한국의 정상회담 요청을 일본이 거절한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위기이며 길을 잃은 한국외교의 현주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29∼30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에 공을 들여왔다. 오사카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서울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는 그림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일본이 청와대에 부정적인 사인을 보내면서 청와대의 계획이 틀어지는 모습이다.

22일 요미우리 TV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양자회담 관련 "G20 회의 주최국 의장이므로 (양자회담) 일정이 꽉 차 있다"면서 "시간 제한상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이 다 잡혀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게 처음이라는 분석이다. 불발된 한일 정상회담의 현실적인 대안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G20 회의장에서 잠깐 만나 악수 나누는 정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 한국도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회담 일정이 다 차서 한일 정상회담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간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오사카 G20 회의 기간 중에 있을 4개국(중국, 러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최근 공개했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계속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아베 총리의 ‘쐐기 발언’으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아베 총리는 최근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서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고, "먼저 한국 측이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에서도) 일본은 성실하게 국제법에 따랐다. 이번은 한국이 확실하게 그런 대응을 할 차례"라고 했다.

사실상 무산된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한국 정부의 안일한 동맹 관리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일 동맹’에 이상이 생겨 ‘한미일 삼각동맹’도 위기에 처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전직 외교관 모임인 나라사랑전직외교관모임(이하 외교관모임)은 앞서 22일 발표한 제4차 시국선언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일(對日) 외교정책과 관련하여, 오늘 날 핵심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하나이자 G7의 일원인 일본을 마치 과거 군국주의 일본으로 착각하고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끊임없이 감정적인 도발을 함으로써 국익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빈축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권은 중국을 의식하여 한미간 방위협력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미일 3각 동맹에 반대하는 약속을 하는 등 중국에 대해 우리의 주권을 마치 포기하는 것과 같은 굴종적 태도마저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이후 한반도는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해양세력(미국, 일본)과 북한을 둘러싼 대륙세력(중국, 러시아)이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왔다. 이러한 국제정치의 판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방향 잃은 외교’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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