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황선우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막말’이란 지극히도 주관적인 개념이다. 같은 방식으로 말해도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의 말을 하면 ‘팩트폭력’, ‘사이다’라 하며 시원해하고, 반대 진영의 말을 하면 막말이라 한다. 대학 내 기독교 동아리 CCC(한국대학생선교회)가 19일,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전광훈 한기총 회장의 ‘막말’과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었다.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한미동맹 파괴, 소득주도성장, 안보와 군대 해체, 청와대 내의 주사파 인사, 4대강 보 해체, 문 대통령의 주사파 가치관이었다. 이들은 반대 진영에서 껄끄러울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결코 근거 없이 나온 말이 아니다. 탈원전은 국민들이 6:4의 비율로 반대했으나 강행한 것이고 한미동맹 파괴는 전문가 송영선 의원, 소득주도성장의 위험성은 최광 장관(전 국민연금 관리공단 이사장)의 증언이 있었다. 안보와 군대 해체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평양회담에서의 협약, 청와대 내의 주사파 인사는 이동호 교수의 증언을 근거로 말한 것이다. 그리고 4대강 보 해체의 위험성은 이재호 장관의 증언, 문 대통령의 주사파 가치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간첩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한 것, 탈북자 이애란 박사의 증언이 있었다.

각 분야에서 권위가 상당히 있는 증언자들의 말을 근거로 한 내용인데 이를 “막말”이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며 CCC는 한기총 탈퇴서를 제출했다. 그렇다면 CCC는 전광훈 목사의 성명 내용이 CCC의 방향에 어긋난다고 보는가? 아니면 단순히 자신들의 생각에 어긋나는 건가? 탈퇴서를 제출한 CCC 간사의 가치관과 현재 CCC가 가고 있는 방향을 논하기 전에 ‘CCC’라는 단체에 대해 알아보자.

CCC의 뿌리, 김준곤 목사의 ‘민족복음화’

CCC는 고 김준곤 목사가 설립한 대학생 단체다. 김준곤 목사는 늘 ‘민족복음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생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58년, 서울을 시작으로 대학 내 선교단체 CCC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그간 30만명의 회원을 배출했고, 현재 330개 대학에서 1만5천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준곤 목사의 민족복음화에서 말하는 민족은 대한민국 국민, 즉 북한 주민들까지 포함한 국민을 말한다. 교회만 가도 처형당하는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교회에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자유통일, 흡수통일이 김준곤 목사가 말한 민족복음화였다.

김준곤 목사는 2008년, ‘주의 길을 예비하라’ 집회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한국 교회는 무너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유통일, 흡수통일이 아닌, 공산당이 인정되는 통일은 신앙의 자유를 무너뜨린다는 의미였다. 어쩌면 CCC 회원인 대학생들이 껄끄러울 수 있는 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준곤은 자신이 진리라 생각하는 바를 강인하게 선포했다. 그리고 1년 후, 생을 마감했다.

김준곤 목사는 대한민국이 건국될 때부터 자신의 생이 마감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기독교 가치관을 놓지 않았다. 1981년에 김준곤 목사가 쓴 책 ‘예수 칼럼’의 ‘국회조찬기도회’ 목차에 가면 아래의 글이 있다.

‘프로그램 가운데 1948년 5월 31일 198명의 제헌국회가 모일 때 임시의장 이승만 박사가 “대한민국이 탄생한 것은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먼저 기립해서 감사 기도를 드리자”고 제안하여 이윤영 의원이 기도한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을 보니 구구절절이 미국의 건국 조상들 기도보다 진한 신앙적인 것이어서 뜨거운 것이 가슴을 메웠다.’

김준곤 목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자신의 신앙과 결코 뗄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미국의 조찬기도회를 모방해 1965년, 지금은 ‘국가조찬기도회’라 불리는 국회조찬기도회를 창설했다. 김준곤은 기도회를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될 때의 가치관을 끝까지 지키도록 힘 썼다. 이는 결코 정교분리 위반이 아니다. 헌법 20조 2항에 있는 정교분리는 종교인이 정치적인 말을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는 게 아니라, 종교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결국 헌법 20조 1항에 있는 종교의 자유를 더욱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김준곤 목사가 창설한 조찬기도회는 대한민국에서 당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 모임이다.

그리고 김준곤은 이승만 박사를 포함한 대한민국 건국 세력의 정신을 귀중히 여기고 있다. 그 정신이 어떤 것이길래 김준곤의 가슴을 뜨겁게 메웠을까?

대한민국의 뿌리, 이승만 대통령의 ‘기독교 입국론’

신분제와 고립주의로 얼룩진 조선 땅에 선교사들이 왔다. 이들은 목숨을 바쳐가며 조선을 개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못 받던 조선인들에게 의학을 전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교회가 있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1885년, 배재학당을 설립했다. 차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건국대통령이 될 이승만이 이 학교에 다녔다. 이승만은 아펜젤러의 수업을 들으며 해외 문물을 접했고 조선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한다. 1899년, 이승만은 25세의 나이에 고종폐위사건에 휘말려 한성감옥에 들어간다. 조선의 왕정체제는 더 이상 그만하고 공화정체제로 가자고 주장하다 들어간 것이다.

이승만은 한성감옥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다. 그간 아펜젤러에게서 기독교 방식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지만, 그 너머로 있는 서양 문명만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신앙인이 된 이승만은 감옥에서 사람들을 전도하고 교육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 ‘독립정신’을 쓰며 조선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정립한다. 그것은 ‘기독교 입국론’이었다.

1904년, 이승만은 석방된 후 독립운동가로 활동한다. 1911년, 105인 사건에서 일제가 조선의 신민회와 기독교 세력의 항일 운동을 탄압한다. 기독교 신자이자 반일 세력으로 지목된 이승만은 미국으로 망명간다. 1913년, 이승만은 하와이에서 105인 사건의 진상과 일제의 조선 탄압을 폭로하기 위해 글을 쓴다. 이 글은 책 ‘한국교회핍박’에 담겨있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학업을 계속한다. 미국의 기독교와 그로 인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배운다. 한성감옥에서 정립한 기독교 입국론을 더욱 구체화한다. 또한, 하와이에서 한인학원을 운영하며, 하와이에 팔려온 조선인 소녀 6명을 교육한다. 학원의 교장이 되자 당시 미국인들도 꺼려하던 남녀 공학 제도를 실시한다.

이와 함께 이승만은 미국에서 외교독립 노선의 독립운동가로 활동한다. 미국 정계에 끊임 없이 조선의 독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은 일본의 일부로 인식되었고 미국은 일본에 우호적이었다.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일본의 신토이즘과 팽창정책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1941년, 이승만은 책 ‘Japan Inside Out’을 발행하여 미국사회에 일본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미국은 이승만을 그저 전쟁광으로 매도했다. 하지만 그 해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Japan Inside Out’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43년, 카이로선언으로 조선의 독립이 결의된다. 사실 카이로선언 원안에는 조선에 관한 규정이 없었는데, ‘Japan Inside Out’을 바탕으로 조선의 독립이 미국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조선을 언급하게 했다.

1945년 8월 15일, 조선이 독립하고 10월 16일, 이승만이 귀국한다. 이승만은 신탁통치 반대운동과 1948년 남한단독정부수립으로 공산주의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립한다. 이승만이 이런 과정을 추진한 배경은 한성감옥에서 받아들인 기독교 신앙, 그리고 배재학당과 미국 대학에서 배운 서양 문명, 즉 기독교 문명이었다. 서양 문물을 공부하면서부터 정립해온 ‘기독교 입국론’이 대한민국을 건국할 때 실현된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간의 죄인된 본성을 거스르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가 체제로 하여 인간이 자유와 책임으로 살아가게 했다. 그리고 인간 개개인을 바꾸는 것은 국가가 아닌 교회이기에 ‘교회가 정부의 근원’인 국가를 세운다. 조선이 독립하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립한 것이다.

▲ 왼쪽: 이승만, 오른쪽: 김준곤.

뿌리가 잘리면 꽃은 썩을 수 밖에…

이승만과 김준곤은 기독교에 뿌리를 내려 나라를 건립하고 대학생들을 이끌었다. 물론 이들이 뿌리에 어긋난 행동을 한 부분은 분명 있지만 뿌리를 결코 자르지 않았다. 이들은 자유통일과 민족복음화라는,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대한민국은 이승만에 뿌리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이승만이 왜곡되고 있다. 그가 세운 공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그는 적폐로만 남았다. 역사가 정치화되어 진실은 사라지고 정치와 거짓만 남았다. 민주주의가 아닌 거짓으로 이승만이라는 뿌리가 잘리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은 좌경화됐다.

CCC는 김준곤에 뿌리가 있다. 하지만 19일에 CCC가 한기총에 탈퇴서를 제출한 것은 CCC에서 김준곤이 지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행보 중 잘못된 부분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기총에서 탈퇴하는 그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CCC가 한기총에 탈퇴서를 제출한 ‘이유’는, CCC의 좌경화를 보여준다. 한기총 성명의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편향되었다’고 본다면, 대체 어느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CCC에서 김준곤이라는 뿌리가 잘리고 있다.

대한민국과 CCC의 뿌리는 이승만과 김준곤에 있고, 이승만과 김준곤의 뿌리는 기독교에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과 CCC의 기독교인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또 애초에 유물론에 기반 된 사회주의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뿌리가 잘린 것이다. 그러다 썩고 만다. 대한민국과 CCC의 기독교인은, 다 썩게 한 후 새로운 꽃을 피울 게 아니라 지금 뿌리를 재건해 예쁜 꽃을 피워야 한다.

황선우 독자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 세종대 수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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