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샹그릴라 대화'에서 “Get out of my way!” 외친 中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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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6.21 09:31:09
  • 최종수정 2019.06.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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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英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격돌
中, 세계 향해 ‘강군굴기(强軍崛起)’ ‘대국굴기(大國崛起)’ '팽창외교' 선언..."내 길을 방해하지 말라"
대만 분리독립 불용, 남중국해 내해화 지속, 북 전략적 완충지대 활용 입장 밝혀
中, ‘과거 영광 재현’ 통해 지배와 수직적 서열 요구하는 강대국 이웃될 가능성 커
韓, 안보와 주권 침해 時 앙칼진 대응으로 '함부로 넘보지 못할 나라' 인식시켜야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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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샹글릴라 대화’라고도 불리는 아시아안보대화(Asia Security Summit)는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주최로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비중이 큰 다자안보협의회이다. 지난 6월 1~2일 개최된 제18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신냉전의 두 주역인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대립했는데, 중국 웨이펑허(魏鳳和) 국방장관의 고강도 직설(直說) 연설이 압권이었다. 웨이 장관의 연설은 그 전날 미국의 패트릭 새너한(Patrick Shanahan) 국방장관 대행이 “미국은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에 의거하여 대만과의 국방협력을 계속하겠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대응 형식으로 발표되었는데, 맹수의 포효(咆哮) 소리처럼 강렬하고 단호했다. 6월 2일 웨이 장관의 연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대만 및 남중국해와 관련된 미국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 평화와 개발 그리고 갈등과 대립 중에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어떤 나라(a certain country)는 분열과 적대심을 조장하고 대립을 촉발하며 지역에 개입하여 걸핏하면 무력에 호소한다.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고립과 배척 중에 어느 쪽을 택해야 하나? 그럼에도 어떤 나라는 배타적인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그리고 독선을 앞세운다.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150여 국가가 제로섬보다는 윈윈(win-win)을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BRI)’에 동참하고 있다. 문명 간 상호 존중과 독선 및 편견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당연히 문명 간 상호존중이 필요하며 흑인 노예 거래, 미국 인디언 추방 등 역사의 상처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인종차별적인 ‘문명충돌’ 아이디어를 끄집어 낸다.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은 지역 및 세계 안정과 번영을 위한 임무를 확고히 수행할 것이다. 최근 무분별하게 ‘중국 위협론’을 부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국에 대한 오해가 한 원인인지만 이보다는 편견과 숨겨진 속셈(hidden agenda)이 더 큰 원인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창설이래 70년간 중국은 전쟁을 도발하거나 단 1인치의 타국 땅을 침범한 적이 없다. 중국의 군사전략은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에 기초하지만 “공격을 받으면 반격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을 욱박지르거나 약탈한(bully or prey on) 적이 없지만, 다른 나라가 우리를 욱박지르거나 약탈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는다.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인민해방군의 임무를 감안할 때 중국의 국방비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이다. 중국은 중국의 합법적 이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미국이 분열될 수 없듯 중국도 분열될 수 없다. 대만의 민진당 정부는 중국의 분열을 시도하지 않아야 하고, 외세개입은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이며, 인민해방군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둘째, 남중국해에서 분란을 일으켜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다. 매년 십만 척 이상의 선박들이 다니는 남중국해를 위협하는 것은 ‘자유의 항행’이라는 미명 하에 무력을 과시하는 외부세력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섬들에 군사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위협에 대비하는 합당한 주권행사이다.

셋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냉정과 인내로 상호 입장을 수용하여 같은 목표를 향한 협력과 대화를 이어가기 바란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정당한 우려(legitimate concerns)에 화답하여 적절한 과정을 거쳐 제재를 완화·해제 하는 조항을 발동하기 바라며, 조속한 한반도 종전선언을 희망한다. 넷째, 40년간의 미중관계에서 얻은 최대의 교훈은 협력하면 둘 다 이익이고 대립하면 둘다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앞으로 갈등 회피, 대립 회피, 상호 존중, 인윈 협력 등을 통해 미중 관계를 올바른 방형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웨이 장관의 연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곳곳에서 사회주의 체제의 정당성, 주권수호 의지, 인민해방군의 능력과 의지 등을 천명했는데, 전 세계를 향해 ‘강군굴기(强軍崛起)’와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미국을 향해서는 “Get out of my way (내 길을 방해하지 말라)”라는 경고였다. 표현 하나하나가 직설적이고 통렬했다. 특히, 미중 간 치열한 무역전쟁이 전개 중인 시기에 나온 대응이어서 신냉전 패권경쟁의 강도를 실감할 수 있다. 웨이 장관은 노예제도, 인디언 추방 등 미국 역사의 아픈 곳들을 서슴없이 찔렀다. 미국은 중국의 체제나 인권 문제를 시비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었고, 6월 4일이 천안문 사태 30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점도 고려한 발언인 것으로 보였다.

웨이 장관의 연설대로라면 중국은 지극히 평화적이고 협력적인데 외부 세력이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몫이다. 웨이 장관은 미국을 중국의 평화적 협력을 훼방하는 ‘분열 세력, 보호주의 세력, 일방주의 세력, 독선과 편견의 세력’ 등으로 규명했지만, 많은 역사가들은 미중 신냉전을 중국이 미 패권에 도전함으로 비롯된 세력다툼으로 보며,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성장이 기존 질서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본다. 한반도가 중국대륙으로부터 침략받은 것이 900회가 넘는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인이라면 중국이 다른 나라들을 욱박지르거나 약탈한 적이 없다는 말을 인정할 수 있을까?

둘째, 대만 문제에 관련해서는 결연한 통일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대만과 미국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발한 것이다. 웨이 장관은 연설과 연설 후 발언에서 “누구든 중국과 대만을 분리시키려 하면 중국군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고, “통일을 수호하지 못한다면 인민해방군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분리 시도시 군사적 행동을 취하겠다는 경고였다. 웨이 장관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한 미 의회도 겨냥했다. “미국이 국내법으로 만들어 대만 문제에 개입하려는 것에 정당성을 발견할 수 없다.”

셋째, 웨이 장관의 연설에는 남중국해를 내해화(內海化)하여 중국의 ‘앞마당’으로 삼겠다는 베이징 정부의 포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웨이 장관은 기존의 해양질서를 타파하고 중국 중심적인 질서를 수립하려는 ‘현상타파’ 세력이 중국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남중국해의 80%를 영해로 표시한 구단선, 도서 영유권 분쟁 등은 물론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중국의 인공섬 영유권, 구단선 등에 대해 무효 판정을 내린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을 ‘분란을 일으키는 외부 세력’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중국의 구단선이나 남중국해 내해화 시도가 없었던 시기 동안에는 남중국해를 모두에게 개방된 공해로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자유의 항행’ 작전도 없었고 미국 군함들이 지금처럼 들락거리지도 않았다.

넷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의 ‘이중전략’과 ‘이중 플레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밀수나 환적거래를 통해 평양정권의 생존을 돕는 이중적 플레이를 버린 적이 없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북핵은 대화와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해왔는데, “대화와 외교로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대답은 없다. “상대의 입장을 수용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협력하라”고도 했지만, 참으로 무의미한 레토릭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라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미국과 타협하기를 원하는데 어떻게 상대의 입장을 수용하라는 것인지 어떻게 목표가 같을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도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을 촉구했다. 민족공조에 올인하는 문재인 정부의 구미에는 맞을지 몰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착한 변화’를 원하는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의 뜻과는 맞지 않는 주장들이다.

이렇듯 웨이 장관은 3대 민감 이슈라 할 수 있는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달라지지 않은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대만의 분리독립을 불용한다는 입장, 남중국해의 내해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 북한과 국제사회에 한 발씩을 걸친 상태에서 신냉전 구도를 의식하면서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 등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강군굴기, 대국굴기, 팽창외교 등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학문적으로 중국의 미래를 예상함에 있어서 홉스(Thomas Hobbes)적 시각과 그로티우스(Yugo Grotius)적 시작이 있다. 홉스적 시각으로 보면 중국은 힘을 키우면서 힘에 비례하는 영향력을 추구하고 주변국들에게는 ‘수직적 서열’을 강요하는 패권국가로의 모습을 띄어갈 것이다. 그로티우스적 시작에서 보면 국가 간 상호의존의 필연성을 인정하여 중국 역시 정해진 룰을 준수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주변국들에게 ‘착한 이웃’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맞을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힘을 가진 나라가 힘이 비례하는 영향력을 추구하지 않은 사례가 드물고 특히 ‘과거의 영광’과 ‘굴욕의 근대사’를 역사로 간직하고 있는 중국이기에 ‘착한 이웃’이 될 가능성보다는 ‘과거 영광의 재현’을 통해 지배와 수직적 서열을 요구하는 이웃 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과의 비적대·우호관계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국의 안보와 주권을 침해할 때에는 앙칼진 대응을 통해 함부로 넘보지 못할 나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의 모든 것은 착하고 아름다운 반면 모든 문제는 외부세력 때문이라는 맹수의 포효(咆哮)와도 같았던 웨이 장관의 연설을 음미할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웨이 장관의 포효는 중국 정부의 “Get out of my way”라는 외침이었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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