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7개월만에 제안... 오는 28일 오사카서 열릴 G20 정상회의 고려한 졸속 제안
일본, 한국 정부 제안 즉각 거절하며 기존대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거절 당할 것 알고도 외교적 명분 쌓는 듯"
일각에선 "위안부 피해자 의견 수렴 부족 박근혜 정부 비난하더니 징용 피해자 입장 고려 없는 졸속 제안 아니냐" 지적
정규재 주필,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형편없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며 개탄..."강제징용이란 단어 자체가 비역사적"

한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조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안했다가 몇 시간도 안돼 거절 당하는 외교 참사가 벌어졌다. 오는 28일 G20 정상회의를 앞둔 한국 정부가 상대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제안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 간 관계를 악화시켜 여론을 호도한 뒤 대법원 판결까지 이끌어낸 전적이 있어 양국 간 관계 개선은 근본적 신뢰 구축 없인 어려우리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20일 펜앤드마이크에 "일본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너무 늦게 나왔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는 빠지고 양국 기업들만 참여해 배상금을 모으라는 제안은 일본 정부가 애초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19일 외교부는 "소송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들 간의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며 "정부는 일본 측이 이런 방안을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바 있는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 협의 절차의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이런 입장을 최근 일본정부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7개월만에 나온 이번 제안에 대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지난 주말 일본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의견을 나누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정부 발표 이후 1시간 만에 고노 다로(河野 太郎) 일본 외무상이 한국 정부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스가 다케시(大菅 岳史) 외무성 보도관도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재안에 응하라는 일본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간 일본 정부는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구성'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은 이날도 "한국에 중재위 구성에 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상 의무를 다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제3국을 통한 중재위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일본 정부의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외교가에서는 이번 한국 정부의 제안을 두고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한·일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본지에 "한국 정부가 오는 28일 오사카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의식해 관계 개선을 시도해본 것 같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리 없는 일방적 제안을 이런 식으로 급하게 던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원장은 "아무래도 한국 정부가 거절당할 것을 예상하고도 외교적 명분 쌓기를 단행한 것같다"며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풀 어사이드(pull-aside)' 수준의 회담도 갖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네티즌들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몰며 위안부 피해자를 협상에서 배제시켰다고 비난하더니 이번 졸속 제안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은 얼마나 했겠느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 출신 인사도 본지에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사려깊게 일본 정부와 피해자 간의 중재를 하고 있기는 하나"며 반문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은 19일 뉴스 논평에서 "국제사회에서 강제징용이란 용어 자체가 없다"며 "당시 조선인들은 경제적 이익에 따라 국력이 앞섰던 일본으로부터 일자리를 구했던 것인데 비역사적으로 조선인들이 마치 노예마냥 고통받았다고 주장하면 우리가 오히려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신뢰 마련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 없이 또 다시 배상금을 요구하고 나선 바람에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형편없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며 탄식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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