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19일 자신의 SNS 통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반론
현 정부의 '포용 경제' 기조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세지
이병태 교수, 기업의 사회적 책무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혁신성장' 가로막을 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당사자끼리 적당히 담합시키는 셈"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정부 규제 비판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즉각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사회적 책무를 다 하라며 반박에 나섰다. 현 정부의 '포용 성장' 기조를 엄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기업 규제가 완화될 여지는 더욱 적어 보인다. '혁신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이재웅 쏘카 대표에 이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도 갈등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같이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경영학자 이병태 교수는 20일 "기업이 사회적 책무 다 하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혁신 성장' 가로막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당사자끼리 적당히 담합시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관련 기사를 캡처해 올렸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발언 중 화제가 됐던 '트랙터'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출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언론보도만으로는 이해진 대표의 발언 취지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트랙터 회사에게 농민의 일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말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라고 이 창업자의 의견에 동조한 뒤 "산업 정책,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사회안전망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입니다"라고 호응했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책 수립과 추진에 있어 "정부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라며 기업의 동참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정책이란 정부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지원'과 '국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할 수 있는 일들이라며 기업도 이 과정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포용사회라는 전제조건을 형성해가는 데 혁신 사업가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아니 선도해주시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라고 말하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비롯한 기업가들이 사회적 책무 이행에 소홀함이 없어야 함을 강조했다. '포용사회'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구하는 길"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변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입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기준)'으로 지정하면서 각종 규제를 부과한 것에 대한 정당화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新산업 분야의 혁신 사업가들(Innovators)을 향해 "다시 한번,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s by the innovators"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경제학 서적의 제목('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s: Unleashing the Power of Financial Markets to Create Wealth and Spread Opportunit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을 차용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출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지난 2월 이재웅 쏘카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저격하며 현 정부 경제관료들과 이재웅 대표 간 설전이 이어진 뒤 김상조 위원장이 또 다시 국내 기업가들로부터 정부 정책을 엄호한 것을 두고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펜앤드마이크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일련의 행위들은 경제계 검찰을 자처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본연의 업무에서도 벗어난다"며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있듯 혁신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시장질서 내에서 자유롭게 일어나는 것인데 동종업계 내부에서 우열이 갈린 사람들끼리 계속 담합을 시키면 혁신이란 게 나오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상조 위원장이 제시한 저서들도 대개 미국 내에서도 힘 잃은 '자본주의 4.0'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