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기존 주장과 달리 北어선 삼척항에 직접 정박한 뒤 육지에 상륙...해상에서 표류하던 北어선 체포했다는 軍 발표는 거짓
해군·해경·육군의 3중 감시망에 치명적인 구멍 뚫려...北주민 2명은 판문점 통해 귀환, 다른 두 명은 귀순 의사 밝혀
軍 당국 北어선 즉각 폐기... 예비역 장성들 “증거인멸이다”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2019. 06. 18

지난 15일 우리 해상에서 표류하다 조업 중인 민간인에 의해 발견됐다는 북한 어선이 실제로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구까지 도달했고 북한 어민 4명은 스스로 부둣가에 상륙한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날 ‘2019 전반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우리 모두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9일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항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2~3일간 표류하며 기회를 노린 끝에 12일 NLL을 남하했다. 그리고 우리 어선들에 섞여 신원을 위장하고 조업 행세를 했으며, 13일 오전 6시 울릉도 동북쪽 56㎞까지 가다 같은 날 오후 8시쯤부터 기상악화로 표류했다. 14일 오후 9시쯤에는 삼척항 동쪽 4~6㎞ 떨어진 곳에서 엔진을 끄고 엄폐했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우리 군의 경계에 노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15일 해가 뜬 뒤 엔진을 다시 가동했고, 오전 6시 22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정박한 뒤 민간인에게 발견될 때까지 대기했다.

조선일보는 19일 독자 제보를 공개하며 “북 어선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해상에서 구조된 게 아니라 삼척항까지 떠내려와 스스로 부두에 정박한 것”이라고 했다. 또 “현지 주민들 얘기에 따르면, 어선의 기관이 고장난 상태도 아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해군·해경·육군의 3중 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것은 물론, 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군 당국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2012년 GP창문을 두드려 귀순한 사례처럼 해상판 ‘노크귀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북한 어선의 남하 과정을 해양수산청과 해양경찰의 CCTV가 촬영했지만 전혀 감지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오징어잡이를 하는 북한 어선이 NLL 주변에 많아져 동해 해상경계를 강화했다”면서 “평소보다 군함과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를 더 많이 투입했다”며 경계작전 실패를 자인했다.

KBS는 기존의 정부 발표와 달리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주민 신고로 출동한 해경 함정이 북한 어선을 예인하는 모습.
KBS는 기존의 정부 발표와 달리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주민 신고로 출동한 해경 함정이 북한 어선을 예인하는 모습 2019. 06. 18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선에 탄 북한 주민들은 15일 오전 6시 22분쯤 삼척항 내 방파제 부두에 접근해 홋줄로 배를 정박시킨 다음, 스스로 부둣가에 올라왔다고 18일 알려졌다. 또한, 인근에 있던 우리 어민들을 향해 북한 말씨로 “북에서 왔으니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들의 존재를 군 당국이 겨우 파악하게 된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뚫리고 완전히 무장해제된 것은 바로 잘못된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때문"이라며 "정부와 청와대는 남북군사합의문을 즉각 폐기하고, 안보 무장해제를 가져온 정경두 국방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해당 어선을 북측 선장의 동의 하에 폐기했다고 밝혔다.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선 철저한 검증 수사 없이 남하 어선을 즉각 폐기하는 것은 증거인멸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 4명 중 2명은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고, 나머지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혀 국내에 남았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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