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추경' 물들어올 때 '금리인하' 노 저어 오라고?…그 끝은
[조동근 칼럼] '추경' 물들어올 때 '금리인하' 노 저어 오라고?…그 끝은
  •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프로필사진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19.06.18 14:41:36
  • 최종수정 2019.06.19 09:5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6월 12일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것이 지난 5월 31일이니까 보름도 안 돼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5월 금통위가 끝난 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일축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등을 종합하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금통위 한 위원의 소수의견을 기준금리 인하 신호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현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금리 인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한국 경제 성장 둔화 기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과 투자의 부진의 정도가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이라며 “물가도 하반기로 가면서 오름세를 나타내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보름 만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그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 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 미·중 무역 분쟁 심화, 성장경로의 불확실성 증대가 그가 말한 상황변화이다. 하지만 이들 요인은 돌발적인 요인이 아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아니 작년부터 예견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완화적 기조 접근’이란 추임새로 이주열 총재를 측면지원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상황인식을 공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책공조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정책공조가 중요하다면 굳이 중앙은행을 독립시킬 필요는 없다. 통화정책의 독립성 유지는 그 자체가 원칙이고 소중한 가치다.   

금리가 높아 경기가 침체인가

기준 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린 것은 작년 11월이다. 이제 겨우 7개월째다. 금리를 내린다면, 내릴 금리를 왜 올렸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간과해서 안 될 것은 현재 금리는 ‘여전히 저금리’라는 사실이다.  

금리를 낮추면 무슨 실익(實益)이 있나. 금리를 인하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한·미간에 기준 금리는 역전되어있다.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금리 차는 더 벌어진다. 그러면 자본유출, 원화평가 절하 등이 가시화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심리 재발과 저축률 저하에 부실 좀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이 뒤따를 것이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그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로 교정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은 그 수를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新)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규제 합리화이다.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부채 총량은 여전히 높으며 저(低)신용가구와 다중채무가구의 부채문제는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쪽의 단골 메뉴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다. 시장금리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1.59%를 기록했다. 기준금리(1.75%)보다 0.1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3년물(1.59%) 뿐만 아니라 5년물(1.61%), 10년물(1.68%), 20년물(1.72%), 30년물(1.72%)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금리인하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장·단기 금리역전현상은 미래에 대한 경기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금리 역전 현상은 완화 내지 해소될 수 있다. 

재정 중독에 빠진 문재인 정부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 계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무기력한 경제가 6조7천억원의 추경으로 얼마나 살아날지 의문이다. 추경안 내역을 보면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경기부양 효과가 작은 현금 살포형 선심 사업이 즐비하다.

‘제로페이’ 홍보, 영화관 할인, 미세먼지 감시원 선발 등이 그 사례다. 게다가 추경의 절반 이상인 3조6천억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추경편성을 위한 국채발행은 민간부문에의 구축효과를 유발할 소지가 크다. 

굳이 추경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위기대책이 무차별 재정 확장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1990년대에 일본이 처절하게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일본을 좇아가는 듯하다.

현금·지역상품권을 쥐여 주는 온갖 복지수당,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주는 지방 SOC 퍼주기 등이 일본의 복사판이다. 이런 유의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내년 총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가경제와 미래세대에는 독이 될 소지가 짙다.

국고(國庫)는 화수분이 아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부채 비율이 굳이 40%에 얽매일 필요가 있는가”라는 발언으로 국가부채논쟁이 다시금 불거졌다. 한국의 재정 상태는 양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채무의 범위를 정하기에 따라 지표는 유동적이다. 예컨대 서울 인구를 강북으로 제한해 500만으로 하면 서울 인구는 반으로 준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가부채 통계(D)에는 3가지 층위가 있다. D1(국가채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로 2018년 기준 GDP대비 38%다. D2는 D1에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등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으로 GDP대비 42%다.

D3는 D2에 “한전, LH공사 등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한 것으로 GDP대비 60%다. 자회사를 포함한 한전의 부채는 100조원을 넘는다.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다 더하면 400조원에 이른다. 이는 공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부채규모는 아니다.

D3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부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공무원 충원에 따른 연금 충당부채 등 우발 채무를 포함시키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미 크게 악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GDP대비 100%를 넘는다.  

그럼에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미래를 착취하는 것이다.

‘재정 풀 터이니 금리인하 하라’는 암묵적 신호 주고 받기

게임이론에 초점이론(focal point)이 있다. 오랜 동안 손발을 맞춰 온 파트너들은 눈빛으로도 그 의중을 안다는 것이다. “추경으로 물 들어올 때 금리인하 노 저어 오라”는 것이다.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함인 데 망설일 그리고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정으로 돈 풀고 금리 낮춰 문제가 해결되면 이 세상에 가난은 다 추방되었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 순환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돈을 풀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최악의 조합은 포퓰리즘 기조의 확장 재정에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저금리 돈풀기가 패키지화하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편하게 풀 수는 없다. 쉬운 길을 찾는 것은 ‘사회적 마약’을 더듬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IMF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저런 형태의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재무적 보강을 구조조정으로 치부해온지 오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성동조선’을 보자. 기업은 잘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안개 속에 갇힌 것만은 아니다.

도저히 회생가능성이 없는데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지원 했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선박 수주 잔량이 제로로 떨어진 2016년을 주목해야 한다. 선박은 주문 생산이다. 그렇다면 2016년 이후 수혈한 돈은 오로지 ‘월급을 주기 위한 용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회계법인은 청산 판정을 내렸지만 문재인 정부는 회생을 지원했다. 채권단 지원은 국민혈세로 메워야 할 판이다. 정치권과 민노총이 국민 세금을 탕진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도 그 심연을 봐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에는 ‘패권전쟁’이 깔려있다. G1과 G2간의 분쟁은 숙명적이다. 중국의 GDP는 현재 미국 GDP의 60%이며, 1985년 플라자 협약 당시 일본의 GDP는 미국의 45% 수준이었다.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다. 미·중 모두 국가경쟁력을 높여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넘처 나고 있다. 우리는 국가경쟁력을 고민해 본적이 있는 가. 그 자리를 고교무상교육, 아동수당, 유치원 국공립화 아젠다가 차지하고 있다. 

전투적인 노조, 반기업 정서, 거미줄 같은 규제, 높은 법인세, 교도소 담장을 걷게 하는 규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먼저 치워야 한다. 현재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며 재정상황은 이미 확장기조이다.

‘성장률 관리차원’의 금리인하는 극구 경계해야 한다. 재정 풀고 금리 낮춰서 무엇을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들어 올 때 노 저어 오란다. 죽이 잘 맞는다. 그 다음을 생각해 봤는가. 물 빠진 백사장에 덩그러니 걸쳐진 배가 한국의 미래일 수 있다면.....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