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가 아니면서 돈을 이야기 한다는 게 그렇고, 경제학자가 아니면서 경제를 말하기 또 한 난감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세상사람 모두는 경제학자가 아니어도 경제생활은 해야 하고 금융전문가 아니어도 돈을 만지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신경 안 쓸 수 없고, 말을 안 할 수도 없다.

요즘 가상화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도 화폐로 인정해야 할지 말지, 통용을 허용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통일된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부시맨 같다.

가상화폐란 지금의 진짜 화폐를 대신 할 미래의 화폐라고 했던가? 가짜가 진짜를 대신 해? 보통사람들은 당황스럽다. 어떤 설명 자료를 보면 지금의 진짜 화폐가 지닌 단점을 여럿 지적하면서, 가상화폐는 개인이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발권하되,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의 전산망 안에서 다수의 원장 기록이 동시에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신뢰와 권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발권과 운영의 권한을 쥐고 있는 국가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나 권력이 부패하거나 어떤 변란에 의해 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거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은행의 개입에서도 벗어나며, 불합리한 다국적 화폐간의 환차도 해소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경제 질서를 탈피하고 싶은 초현실주의적 발상으로 보인다.

대략 위와 같은 목적의 하나로 비트코인 이라는 가상, 즉 진짜 아닌 동전 한 개를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진 창시자를 어떤 사람은 일본인이라고 하고, 누구는 호주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미국인이라고 도 한다. ‘나카모토 사토시’, 이름만 보면 꼭 일본사람처럼 느껴지게 행적조차도 매우 가짜스러운 가짜화폐의 주인공. 그는 아마도 경제문제에 관 한 한 근대문명에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IT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을 매우 견고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문명의 신(新)산물은 그렇게 한결같이 야물거나 항구적이지 않다. 에디슨식 음향기록장치는 약 100여년 만에 자취를 감추었다. 자기식 음향 기록장치는 50여년 만에 수명을 마쳤다. 컴퓨터기억장치는 펀치카드와 펀치테이프에서 자기 테이프로 자기디스크로 광 디스크로 플래시 메모리로 숨 가쁘게 변천을 거듭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IT 기술은 언제까지 지속 될 것으로 보는가?

반드시 전산 네트워킹을 통해서만 사용이 가능 한 화폐 거래, 바람직할까? 하도 궁금하여 나름 파악 해 본 가상화폐의 유통방식은 대략 다음과 같다.

거래소(빗섬, 코인원 등) 회원 가입 -> 계정 생성(전자지갑) -> 보안 설정과 실명 계좌(시중은행 계좌)등록 -> 인증 -> 투자금(진짜 돈) 입금(거래소에 등록 된 시중은행만 가능) -> 원하는 코인 선택(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 거래소에 코인 매입, 매도, 전송 등 거래 신청 -> 거래 실행 -> 거래소에 거래 수수료 지불.

거래자는 전자지갑을 생성 해 받음으로써 블록에 속하게 된다.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일반 시중에서 물건을 사고 내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 꺼내어 날름 주고받는 진짜 돈 거래와는 사뭇 다르다. 물건 값을 가상화폐로 치루는 경우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블록체인에 가입 된 전자 지갑이 있어야 되고 그 장소에 전산망이 접속 가능해야 한다. 이 때 거래되는 속도는 단말장치와 인터넷 라인의 전송 속도, 거래소의 서버 성능, 그리고 블록체인에 속한 수십 내지 수백 또는 그 이상의 전자지갑 내의 원장 기록을 모두 체크하고 갱신 할 때까지 걸리는 처리 속도에 달려있다.

이렇게 골치 아프게 복잡 한 유통 방식을 두고 화폐의 혁신이라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분명 한 것은 이런 식의 거래는 IT에 친숙한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될 소지가 있다는 것. IT를 대하는 성향은 남녀노소 그리고 각 개인의 성격에 따라 매우 다르다. 기회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좀 더 좋게 하기 위해서 혁신은 필요하다. 단 혁신으로 얻어지는 새것의 순기능은 헌것이 지니고 있는 순기능을 압도하는 것이어야 하고 역기능은 헌것보다 약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상화폐 옹호론자들은 특히 경제 사회 전문가들은 최소한 그 점에 대하여 분별 해 줄 책무가 있지 않을까? 화폐에 관 한 유통 상황 및 시류에 따라 흐르는 사실 확인에만 그칠 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더 나가서 인체공학적이고 정서적인문제 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하여 정답을 내 놓아 주었으면 한다.

    화폐에 전도된 경제의 주체.

사람들은 경제하면 돈부터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돈은 경제의 주체가 아니다. 경제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실물과 용역이어야 한다衣食住樂을 통한 생명 활동에 필요한 것은 실물이고 용역 즉, 신체와 정신적 움직임의 교환이다. 화폐는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매개수단임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혁신적 화폐라고 부르짖는 가상화폐가 현재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용역과 물적 교환과 이동수단으로 작용하려면 그 자리는 시장거리 누구의 서랍속이든가 고객들의 호주머니 속이어야 하고 기업체들의 전산네트워크 단말기기 이어야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우스꽝스럽게도 그와는 동떨어진 돈이 돈을 사고파는 완전 별천지에서 그야말로 별난 거래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 환물 거래는 극히 일부에서 실험에 가까운 희귀한 사례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전문가들 조차 가상화폐가 전면 실용화 되었을 경우 실물거래에 작용 할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돈이 돈을 사고파는 상황만을 논의하고 언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홍보되는 효과만 극대화 하여 투기적 거래에 기여하고 있다.

실물 없는 돈끼리의 거래, 생산과 용역 없는 돈만 있는 세상, 그것이 경제인가?

가상화폐의 좋고 나쁨, 그 사용의 옳고 그름을 꼭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혹이 있어 푸념하는 것이다. 현대인에 있어서 돈은 곧 생명과 같으므로 돈의 정체를 잘 모르면 불안하다.

가상화폐의 궁극적 목표가 진짜 화폐를 구축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볼 때, IT에 그닥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산망에서만 움직이는 정체 잘 모를, 이름조차도 거짓스러운 가상화폐라는 것에 생명줄을 맡기기란 여간 꺼림칙한 것이 아니다.

그와는 아랑곳없이 불과 1~2년 사이에 가상화폐로 인한 혼돈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그 원인을 권위 있는 경제전문가들이 나태하거나, 미안하지만 편협하여 사회 인류학적 시각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숙고의 부족으로 자신 있는 결론을 내 놓지 못 한 때문이라고 본다. 가상화폐를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다시 물어본다. 경제가 건강한 경제로 돌아가기 위해 돈이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이고 그 자리에 어떤 돈이 있어야 하는지.

신현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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