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前한수원의 전문인력... UAE에 유출한 혐의
국내의 한 민간 업체도 미국에 유출한 것으로 의심돼
2017년 탈원전 정책 이후 설 곳을 잃은 전문인력들 해외로 줄줄이 이직
전문인력이 빠져나가면 우리가 가진 기술도 함께 유출된다고 봐야

한국이 UAE에 건설한 원전 건물
한국이 UAE에 건설한 원전 전경

우리나라가 40여년에 걸쳐 완성한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핵심 기술이 아랍에미리트와 미국에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17일 국가정보원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 업계와 학계 등에선 2017년 6월 시행된 “탈(脫)원전 정책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미국과 UAE에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국정원에 수사를 의뢰했다.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은 한국수력원자력(KHNP) 출신의 전문인력으로, 현재 UAE의 바라카 원전 회사인 나와(Nawah)에 이직한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 설계작업 중 취득한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나와(Nawah)에 불법 유출한 혐의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국내의 민간 기업도 미국에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유출된 기술이 원자로 설계와 관련된 핵심 자료와 ‘냅스’(NAPS·운전 중요 변수 감시 프로그램)라는 소프트웨어 등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특히 냅스는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한 한국전력기술(KOPEC)에서 20여년간 독자 개발한 핵심 기술이다. 개발 과정에만 1000억~2000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됐으며, 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면 우리나라는 기존의 단독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UAE는 우리나라에 얽매일 필요 없이 다른 외국 업체에 저가로 정비를 맡길 수 있게 된다. 이미 UAE는 2017년 바라카 원전의 정비용역계약을 한국의 독점계약에서 다른 나라도 참여하는 경쟁입찰로 변경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11월에는 장기 서비스계약을 프랑스 원자력 공사와 맺는 등 한국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리와의 계약 기간도 15년에서 2~3년으로 줄이고 미국·영국 기업에도 나눠서 하청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단독 수주로는 3조원까지 예상됐던 매출 금액이 5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에게 이러한 유출을 막을 만한 근본적인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2017년 6월 시행된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원전업계 전문인력들이 설 곳을 잃어 외국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카이스트 정용훈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원전 전문인력들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고 있다"면서 "전문인력이 외국 업체로 이직하면 우리가 독자 개발한 설계도와 핵심 기술도 함께 유출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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