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들,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의 비도덕성도 문제제기

마식령 호텔 기념품 가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은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이틀간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는 남북 스키선수단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1일 아침 마식령호텔 2층 기념품 가게에서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마식령 호텔 기념품 가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은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이틀간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는 남북 스키선수단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1일 아침 마식령호텔 2층 기념품 가게에서 직원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정부에서 대북제재를 다뤘던 전직 당국자와 전문들이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교류가 대북제재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마식령 스키장에서 있었던 남북 공동훈련의 비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5일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환영하지만 응원단 등의 체류비용은 북한이 부담해야 하며, 사치품으로 뒤덮인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도 신중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 방송에 따르면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남북 스포츠 교류가 ‘대북 제재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콤 전 분석관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을 “제재의 정신(spirit)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리가 금지한 사치품으로 만들어진 스키장의 홍보를 돕는 등의 행위에는 의구심이 남는다며 제재 위반까진 아닐지 모르지만 제재가 의도한 바를 존중하는지에 대해선 미심쩍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뉴콤 전 분석관은 북한선수와 공연단 등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한국을 방문하는 선수들이 유엔의 여행금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이들에게 방한 비용을 지급하는 건 대북제재 정신에 있어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보조금이 지급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북제재를 자문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 훈련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은 전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주민들을 먹이고, 돌봐야 하는 북한정권이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많은 돈을 낭비했는데 한국정부가 국가자원의 큰 낭비로 대표되는 이런 곳에 자국 선수들을 보낸 건 ‘낭비’를 위엄있게 보이도록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마식령 스키장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 역시 대북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1718호가 스노우 모빌과 요트, 고가 시계 등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마식령 스키장은 사치품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사치품들이 스키장에 유입 됐다는건 안보리의 명확한 의도에 반하는 행동이 취해졌다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정부가 대북 제재 위반을 피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허가를 얻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법적인 문제를 작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에서 테러자금, 금융범죄실 산하 국제부(OGA) 국장을 역임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연구원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은 전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호화로운 스키장에서 합동 훈련을 하기로 결정한 건 ‘실수’였다”며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통해 2006년에 부과된 ‘사치품 제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동 훈련은 북한문제와 관련된 모든 나라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줄 뿐 아니라 돈과 자원을 자국민이 아닌 호화로운 스키장에 쓰도록 결정한 김정은에게도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선임고문과 미 국무부 대북지원 감시단원 등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의 독자제재인 5.24 조치를 촉발시킨 것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인 만큼 이 조치의 완화로 해석될 수 있는 최근의 움직임 이전에 이들 가족들의 입장이 고려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북제재의 정신’만큼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응원단 등 대규모 인원들의 방한 비용을 왜 한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주체’ 즉 자립을 외치는 나라라면 자신들의 숙박비용은 부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 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은 전했다. 북한의 스키장 운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2명의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와 그 보다 많은 숫자의 한국인 억류자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 스키 선수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억류자들이나 미국과 한국의 억류자 가족들이 본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은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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