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을 검은 옷의 바다로 만든 '200만 시민'에 결국 사과한 홍콩 행정장관...사퇴는 거부
홍콩 도심을 검은 옷의 바다로 만든 '200만 시민'에 결국 사과한 홍콩 행정장관...사퇴는 거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일 법안 '무기한 연기'발표했지만 일요일 대규모 시위 동력 꺼지지 않아
검은 옷 입은 시위대 수 킬로미터의 거리를 가득 메워 홍콩 도심 '검은 바다'로 변모
해외 거주 홍콩시민들도 外地서 시위 합류...국내 트루스포럼 등도 지지 선언
중국 지도부, G20 앞두고 홍콩 사태 커지기 전 수습하려한 듯
홍콩 도심을 가득 메운 시위 군중 [AFP연합뉴스 제공]
홍콩 도심을 가득 메운 시위 군중 [AFP연합뉴스 제공]

친중파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200만’ 홍콩 시민의 격렬한 저항에 굴복했다.

람 행정장관은 “정부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많은 시민을 실망시키고 가슴 아프게 한 점을 사과한다”는 성명을 16일 오후 8시 30분 경 (이하 현지 시각) 발표했다.

그는 지난 15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경찰의 과격한 진압 방식과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해당 법안의 ‘완전한 철회’와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지난 9일 100만 시위보다 늘어난 ‘200만’ 시위를 벌였다.

홍콩 정부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협약이 없는 중국, 대만, 마카오 등에 범죄인을 넘길 수 있도록 법 개정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이 법안이 홍콩 내 반(反)중국 운동가 등 정치인사들의 중국 송환을 가능케 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며 홍콩시민들은 지난 9일 대규모 시위를 진행해 왔다.

시민들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홍콩의 정치·언론 자유가 무너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서울 거주 홍콩시민 시위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서울 거주 홍콩시민 시위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해외 거주 홍콩 시민들도 시위에 적극 합류했다. 미국, 프랑스, 대만, 한국 등지의 홍콩 시민들은 SNS를 통해 서로 모여 외국인들에게 홍콩의 상황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서울에선 지난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 홍콩 국적의 외국인 50여명이 모여 “홍콩을 응원해 주십시오! 서명 부탁드립니다”라는 구호를 한국어로 외쳤다.

국내서 트루스포럼과 시민들도 홍콩시민 지지 입장 나타내

국내 대학생 단체도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자유우파 보수성향의 서울대 트루스포럼은 지난 14일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전세계 중국인들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내걸었다.

포럼은  '홍콩시위에 즈음하여 중국인 친구분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중국은 발전과 개혁개방이 무색할 정도로 과거 공산독재로 회귀 중"이라며 "중국이 인류 역사에 또 다른 오명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의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을 지낸 오종택 전 회장을 비롯한 40여명의 시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대한민국 경찰과 홍콩경찰 간 업무교류단절"을 촉구했다. 

오 전 회장은 "홍콩 사람들의 자유의 가치를 알고 있고 존중하며 이번 사태를 우려한다"며 "최근 홍콩경찰의 부당한 폭력적 시위진압이 불거져, 이에 따른 문제의식을 전세계가 공유하게 됐다. 이로인해 대한민국 경찰은 민주경찰의 모범으로써 이들과 교류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으로 우리 시민사회에 호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홍콩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이 15일 기자회견을 갖기 전 선전(深圳)에 내려온 한정(韩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가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 타결에 집중하기 위해 홍콩 사태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태 수습으로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같은 날 홍콩에서 시위를 벌이던 30대 남성이 도심 빌딩에서 농성을 하다가 떨어져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시위 이후 첫 사망자다. 그는 사전에 유서를 작성하고 '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 '중국 송환 전면 철회', '람 장관 사임 요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건물 난간에 내걸고 투신해 숨졌다.

사고 현장에는 많은 홍콩 시민이 찾아와 꽃과 촛불을 놓고 고인을 추모했다.

16일에는 오후 2시 30분부터 수만명의 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에 운집해 시위를 이어 나갔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이 되자 시위 인중은 수십만명으로 불어났고 최종적으로 주최측 추산 200만명을 달성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캐리 람 장관이 법안의 무기한 연장을 발표하며 시위 동력이 꺼질 것을 기대했지만 시위 참여 시민들은 일주일 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수 킬로미터의 거리를 가득 메워 홍콩 도심이 '검은 바다'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나왔다.

시위대의 기세에 질린 캐리 람 장관은 사과 성명을 냈다. 하지만 그는 "가장 겸허한 태도로 비판을 수용하면서 (오류를) 고쳐 나가 더욱 많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SCMP는 법안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17일 보도했다. 홍콩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체면을 고려해 공식 폐기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송환법의 운명은 다했다는 것이다.

SCMP는 홍콩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송환법을 다시 추진할 시간표가 없다는 말은 송환법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입법회(홍콩 국회)가 여름철 휴정에 들어가기 직전인 내달 초순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해 7월 현 입법회 임기가 종료될 시 이 법안은 ‘자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