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직접 나서 경영 대비책 마련 분주...'최순실 사태' 재판, 삼성바이어오 검찰 수사 등으로 포위된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상경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데다, 최순실 사태 재판 상고심,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수사 등 각종 이슈가 삼성전자를 조여오고 있는 와중에서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4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가진 주요 임원진과 회의에서 "지금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휴대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을 대상으로 연 회의였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의 확실한 수입원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에서 시장 정체 및 중국 기업의 무서운 성장에 따른 위기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앞으로 치고 나갈 기회인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가 출시 시점을 넘겼음에도 출시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에 대한 지적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5G 이후의 6G 이동통신, 블록체인,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 현황과 전망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또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첨단 선행 기술과 신규 서비스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안도 논의했다. 삼성전자측은 이 부회장이 미래를 위한 투자는 경영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차질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부회장 이외에 IM 부문장인 고동진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13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경영진과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1일 화성 사업장에서 DS 부문 경영진과 회의를 한 데 이어 시스템 반도체 투자 집행 계획을 챙기기 위해 2주 만에 다시 소집했다.

이 부회장은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해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산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TV·가전제품이 속한 소비자가전(CE) 부문 등 다른 관계사와의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의 최근 전방위 경영 행보엔 삼성 핵심 경영진을 겨냥한 검찰과 경찰의 각종 수사가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사태’가 터지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을 2017년 2월 전격 해체했다. 이후 중장기 전략 수립과 사업부 간 이해관계 조정의 필요성을 느낀 삼성은 삼성전자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고용 전략과 올 4월 내놓은 133조원 시스템 반도체 투자 계획을 세운 곳도 사업지원TF다.

하지만 이 조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업지원TF 소속 임직원 중 상당수가 PC와 휴대폰을 압수당해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검찰이 언제 부를지 모르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고 했다. 이 부회장의 내부 회의 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던 삼성이 잇따라 사장단 간담회 일정을 알리고 나선 것은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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