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세종대왕은 조선의 언어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동시에 노비제와 기생제를 확립하면서 조선을 고립국가로 유지시켰다. 훈민정음은 조선의 양반들만 알았다. 일반 백성들에게 언어가 알려진 것은 해외 선교사들 때문이었다. 나라가 사실상 멸망해있던 조선 후기에 선교사들이 왔고, 직접 조선의 언어를 공부하여 조선어 성경을 썼다. 성경이 퍼지면서 언어가 퍼졌다.

멸망한 조선은 일제시대와 미군정을 겪는다. 이 고난과 혼란기를 거치면서 독립과 새로운 국가의 건립을 맞는다. 조선으로 돌아간 게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개화에 도착한다. 이제는 조선의 고립상태에서 벗어나 교류를 시작한다. 언어는 조선어에서 한글이 되었다.

북한은 여전히 조선의 고립상태에 있다. 북한어는 한글이 아닌 조선어에 머물러있다. 분단 초기에는 한국과 북한 모두 서울말을 표준어로 사용했지만, 1966년부터 북한은 평양말을 표준어로 하여 '문화어'라는 이름의 조선어를 다시 사용한다.

한국어는 열린 곳에서의 언어다. 그래서 외래어도 빈번히 사용되고, 외국어를 통해 언어가 발전하기도 한다. '-에 대한', '예를 들어'와 같은 말은 'about', 'for example'을 알지 못하고는 나올 수 없는 한글이다. 반면에 북한어는 갇힌 곳에서의 언어다. 때문에 언어 발전을 하더라도 우물 안만큼만 이뤄질 수 있다.

북한어를 사투리라고 할 수 있을까? 사투리란, 같은 나라의 같은 언어는 맞지만 거리상 떨어져 있어 표준어와 다르게 나오는 말을 일컫는다. 그래서 전라도나 경상도 등의 지역에서 쓰는 말은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애초에 다른 체제, 갇힌 체제 아래에 있고, 그 공간은 헌법 3조에 위배되게 점유된 곳이다. 그래서 북한어는 사투리가 아닌, 다른 언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어와 북한어가 뿌리가 훈민정음으로 같다고 같은 언어로 본다면, 모든 국가의 언어에 대한 구별이 무의미하게 된다.

‘문화상대주의’라는 미혹에 대하여

상대주의는 다양성을 옹호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이는 옳고 틀림을 따지지 않아 구별을 하지 않는다. “그저 다를 뿐”이라고 말하며 각자의 특성, 소유물에 대한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우리나라가 몇 살일까?” 하고 물으면 “반만년”이라 답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반만년의 역사를 ‘한국사’라는 이름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허나, 한국은 이제 71년 됐고 이 한국이 우리나라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듯 올해를 건국 100년으로 계산하더라도 반만년이라는 것은 틀린 계산이다. 대한민국 건국 전까지 포괄하려면 ‘한반도 역사’라고 하는 것이 맞다.

왜 우리나라 나이를 반만년이라 하는 걸까? 우리의 것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조선도, 고려도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을 철저히 구별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우리나라가 아닌 조선, 고려 등과 철저히 구별해야 한다.

상대주의적인 시각으로 국가와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문화상대주의라는 이름으로 한국어와 북한어를 구별하지 않는 것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북한의 갇혀있는 언어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저 다를 뿐’이라고 인식한다면 고립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다양성을 옹호한다고 상대주의를 시행했다가 더욱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모습이 된다.

사실 상대주의는 애초에 모순이다. 세상에 옳고 틀린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상대주의 본인이 옳다 하고 절대주의는 틀렸다고 말한다. 상대주의가 말한대로 옳고 틀린 게 없다면 상대주의도, 절대주의도 옳고 틀린 게 아니어야 하기에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순된 무구별에 결코 미혹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 옳은 가치가 무엇인지 철저히 따져서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한국과 북한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하는 감성적 민족주의, 외래어 없애고 훈민정음만 사용하자 하는 감성적 고립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헌법 4조에 따라 북한의 갇힌 주체사상 체제를 대한민국의 열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해야 한다. 통일 이후의 언어는 어떻게 해야할까? 마찬가지로 서울말이 표준어로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의 갇힌 언어를 대한민국의 열린 언어로 흡수해야 한다.

황선우 독자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 세종대 수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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