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지도자 체면에 극도로 예민...DJ 서거 때 김정일이 보낸 조화도 특수처리해 보관

북한 김여정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두번째)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고 이희호 여사를 애도하며 보낸 김정은의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제공]

 

북한 김정은이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보낸 조화가 특수처리를 거쳐 반영구적으로 보존될 예정이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화는 현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내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며 “회의를 열어 생화를 조화(造花)로 만들어 보관할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화로 만드는 방법 외에도 근조화환의 리본만을 따로 떼어 보관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김정은이 보낸 이 조화는 조문 일정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 13일 오후 10시 54분쯤 작은 손수레에 실려 빈소 밖으로 나왔다. 조화는 김대중평화센터 측 차량에 실려 약 10분 거리에 있는 김대중도서관으로 옮겨졌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북한 김정일이 애도를 표시하며 보내온 조화도 현재 김대중도서관에서 비공개로 보관 중이다. 영결식 전날 경찰 경호 하에 김대중도서관으로 옮겨진 이 조화는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의 특수처리를 거쳐 생화를 조화로 바꾸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장례식이 끝나면 조화들은 폐기된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조화를 특별 관리하는 건 남북관계의 상징성 탓도 있지만, 최고지도자의 체면에 극도로 예민한 북한 눈치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북한 응원단 현수막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서 김정일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비바람과 먼지에 노출돼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장군님 사진을 이런 곳에 둘 수 있느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에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조화에서 꽃이라도 떨어지거나 훼손되면 북한이 반발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고, 영결식 전날 극비리에 경찰을 동원해 김대중도서관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수순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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