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궈 북경대 국제관계학원장 "北 평창행, 시간벌기"
"北 제외한 6자회담 5개국 '컨틴전시플랜' 논의해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이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중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로부터 나왔다. 오히려 북한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상정해 이후 주변국간 충돌 방지와 북한 내부 질서 정리를 미리 논의해야 한다는 과감한 제언도 있었다.

5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 자칭궈 국제관계학원장은 지난 1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의도'에 대한 물음에 "핵·미사일 개발 등 그들(북한)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즉답했다. 자 원장은 이달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중국공산당 최고 정책 자문회의) 상무위원에 재선된 유력 인사다.

자 원장은 '남북 대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이 논의할 수 있는 게 매우 적다. 북핵 문제에서 실질적 진전을 얻기 어렵다"며, 그 어떤 형태로도 핵 포기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북한에 대해 미국에서도 대화·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동결할 경우를 상정해서는 "동결을 선언한 뒤 검증이 가능하다면 미국은 대화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대북 불신을 들어 "북한이 검증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선언만으로는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노력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태도가 좀 좋아지고,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이 평창 이후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컨틴전시플랜(유사시 위기대응 방안)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 간 불필요한 군사 충돌을 막고 최대한 빨리 북한 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한중 양국 간 컨틴전시플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 원장은 특히 "(전후 북한 내) 질서 회복을 유엔군이 할지 한국군이 할지 중국군이 어떤 역할을 할지,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또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한·미·중·일·러 5개국이 컨틴전시플랜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유엔 주도로 보통선거를 치를 것인지 등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미 미·중 간에는 1.5트랙(정부도 참여하는 민간 대화채널) 등을 통해 이미 컨틴전시플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한국 정부와는 "진작 했다"며 "어떤 이들은 찬성했고 어떤 이들은 (찬반을)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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