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3기 신도시 철회' 집회 일산동구청서 열려
전날 이재준 고양시장이 페이스북에 '주민세 거부 운동' 비난하는 글 올리고 '3기 신도시 철회' 요구하는 시민에게 "정체를 밝히시죠"라 답한 사실 알려지자 여론 경색

3기 신도시 반대를 외치는 거센 함성소리가 15일 저녁 정발산역 인근을 메웠다. 집회장소인 일산동구청 건너 상권에도 구호가 또렷이 들릴 정도였다. 이날 참석주민들은 최근 3기 신도시 반대 민원을 제기하는 한 주민에게 “그만 하시고 정체를 밝히시죠”라고 말한 이재준 고양시장(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제6차 집회는 일산동구청 앞 광장에서 15일 오후 6시 반부터 시작됐다. 소나기가 내리다 멎는 중이어서 초반 참석인원은 500 명 남짓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삼삼오오 모이는 참가자들로 인해 전체 참석인원은 1500 명을 훌쩍 넘겼다. 주최(일산신도시연합회) 측은 6시 50분부터 본격적으로 식순에 따라 집회를 이어나갔다.

3기 신도시 취소를 요구하는 1, 2기 신도시 주민들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OUT”,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OUT”, “이재준 고양시장 OUT”을 연호했다. 특히 이날 일산 주민들은 이재준 고양시장에게 공분을 나타냈다.

이 시장은 14일 오후 10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산 주민들의 ‘주민세 납부 거부운동’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건 뭐지. 흘러간 노래 다시 부르는 저의”라며 박근혜 정권의 강압으로 엉망이 된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이 게시글에 한 시민이 “고양시민이 3기 신도시 발표로 분노가 폭발했네요. 일산 주민들의 배신감 해소는 신도시 철회하고 교통망 확충과 노후 신도시 재개발 계획수립이 필요해 보이네요”라는 댓글을 달자 이 시장은 즉각 “그만 하시고 정체를 밝히시죠”라 답했다.

이에 프로필 사진에 문재인 대통령과 노란 리본을 내건 이 시장 지지자들은 “어느 당 냄새가 난다”, “별 같잖은 것들이 요즘 나라걱정은 다 짊어진 듯 합니다”, “토지를 국유화 해야겠어요” 등의 댓글을 달며 이 시장을 엄호했다. 그런데 본지가 이 시장의 재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이 시장은 고양시가 아니라 송파구 오금동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 및 댓글들은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날 집회 연단에 오른 주민은 “얼마 전 3기 신도시 반대 전단지를 붙이는데 두 사람이 와서 특정 야당의 지지자가 아니냐며 묻더라.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적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내가 묻고 싶다. 정치란 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 아니냐. 김현미와 이재준이 지역주민들에게 그러고 있나. 당신들이야말로 집권여당 정치하면서 우리 일산시민을 제물로 삼는 것 아니냐. 참아온 우리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오후 7시 21분 김현미 장관의 보좌관인 김모씨가 뒤에서 이날 집회를 촬영하고 있는 것이 주민들에게 알려지자 주민들은 김 장관이 들으라는 듯 더 큰 함성으로 “김현미는 물러가라”, “김현미는 사퇴하라”, “3기 신도시 원천무효” 구호를 외쳤다.

한편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고양시 정치인들을 초청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은 모두 불참했고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 6명만 참석했다. 그러자 주최 측은 불참한 이재준 고양시장, 김현미 국토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심상정 의원 등을 연호하며 빈 의자를 차례로 높이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일부 주민들은 “어떻게 한 X도 안 왔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집회는 오후 8시 30분부터 1.75km 정도 떨어진 주엽역 태영프라자에 김현미 장관 지역사무실 앞까지 행진하는 가두시위를 마친 뒤 끝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접전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일산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갈지 여의도를 비롯한 세간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의 고양시 시의원들은 오는 17일 고양시의회 시정질의를 통해 이재준 고양시장(더불어민주당)과 격돌을 예고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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