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관론을 고수했던 정부 이제야 현실을 인정하나
홍남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정책 개혁으로 자초한 현재... 무엇보다 기업 우선해 대책 세워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집행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6.14 (연합뉴스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집행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6.14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하향 조정하기로 발표했다. 수출 부진으로 경기가 둔화됐고 각종 노동정책의 부작용으로 내수 시장이 무너지면서 정부는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에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 초점을 맞춰왔음에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특 밝혔다. 이 발언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기 하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 이후에 나왔다. 그동안 KDI를 비롯한 경제 기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제 낙관론을 고수했던 정부가 이제야 현실을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내 다수의 언론 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7~12월) 경제정책 방향’에 경제성장률 2.5%에 상정한 정책 보완 방안들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수출 여건이 안 좋아진 만큼 경상수지와 함께 성장률 수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경제는 내우외환에 빠진 상태다. 투자 위축을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약화된 가운데 4월 경상수지마저 7년만에 적자로 나타났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무리한 노동정책으로 ‘일자리 쇼크’까지 겹쳤다.

1분기(1~3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17.4% 감소했고, 국내 산업의 중추가 되는 제조업에선 공급지수가 98.7%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2016년 이후 3년만의 최저치다. 또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주저해 자본재 국내공급이 전년 대비 23.3% 줄었다. 마이너스는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경제의 저성장 요인 중에서도 특히 “수출 부진과 함께 반도체 부문의 하락이 심각하다”면서 “세계경제 침체와 더불어 미중 무역전쟁까지 본격화돼 당분간 지속적인 하락세에 머물 것이다”는 전망을 4월 밝힌 바 있다.

고용은 그야말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107만 3000명으로 비교 가능한 연간 통계가 제공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15만 4000명으로 2000년 이후 역대 최다였다.

이에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경상수지 전망을 640억 달러에서 610억 달러 안팎으로 다소 낮추는 대신, 취업자를 15만 명 이상 늘리겠다는 수정 방침을 내놨다.

우선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이오헬스, 콘텐츠 물류 등 유망 서비스 업종을 밀어주고, 미래차 산업 육성, 소재 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등 10조 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해 투자 활성화와 경제활력도 제고한다. 또한 연간 무역금융 235조원을 지원해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에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각종 노동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보완책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52시간제와 탄력근로제는 1주, 3개월간의 근로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규제로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주 요인이라며 비판해 왔다. 홍 부총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특단의 대책'을 언급한 만큼, 향후 최저임금 정책의 부분 수정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국회에서 입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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