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나간 투자금 역대 최대...'제조 대한민국' 명성 사라지나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금 역대 최대...'제조 대한민국' 명성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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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더 이상 투자 매력 없어
국내 기업들 줄줄이 해외로 공장 이전
국내의 반(反)기업 정서와 다르게 해외에선 ‘돈 벌 기회’라며 오라고 손짓
대기업 떠나면 관련 중소기업들도 떠날 수밖에 없다... 산업공동화 이미 시작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 2019.05.10 (연합뉴스 제공)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 2019.05.10 (연합뉴스 제공)

국내 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1분기(1월~3월) 해외직접투자가 141억 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97억4000만달러) 대비 44.9%가 늘었다. 1981년 4분기 이후인 38년만에 최고치다. 제조 대한민국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일각에선 경기 대내외적으로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더 이상 ‘투자 매력’이 없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데다 국민들 사이의 반(反)기업 정서는 심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일 할 환경’이 아닌 국내를 탈출해,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친(親)기업적인 해외로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에 1조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 짓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미국 냉동식품 전문 기업인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연산 120만대 세탁기 생산공장을 짓는다. 롯데캐미칼은 5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했다. 채굴단가를 낮추는 셰일가스 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감사의 뜻까지 표한 바 있다.

베트남, 인도 투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과 인도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재편하면서 관련 중소 기업들도 한꺼번에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다. 기아차는 1조2000억원 투자해 인도 공장 하반기에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규제가 많은 한국에서 생존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말이 나온다.

옛날에 인도는 행정처리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원스톱 처리로 바꿔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게다가 인건비도 6000원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투자 규모에 따라 4년간 세금 면제, 9년간 소득세50%를 감면해 준다. 제조업을 통해 경제 10위권 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각종 규제를 걸고 반기업 정서를 조장해 과거의 업적을 퇴색하는 동안, 신흥 제조 국가들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국내에서 제대로 일할 여력이 없다. 법인세가 21%에서 25%로 상승했다. 최저임금은 2년 전보다 29.1%가 올랐다. 거기에 주휴수당까지 올라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50%가까이 올랐다. 주52시간제도 도입돼 예전처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한다는 분위기조차 사라졌다. 경제성장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출도 16.6%가량 줄었다. 경기 침체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시장은 붕괴 직전이다. 일본은 70~80년대 떠났던 제조공장들이 다 유턴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해 산업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청와대의 윤종원 경제수석은 9일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위험이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기 침체를 인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개월 연속 한국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6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최근 생산은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민간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해 하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정부도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에선 15일 논평을 내고 “민간이 투자를 안하겠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각종 규제를 걸어 기업활동을 못하게 규제해 놓고 민간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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