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 홍콩시민들, 동대문서 '송환법' 반대 운동..."우리는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서울 거주 홍콩시민들, 동대문서 '송환법' 반대 운동..."우리는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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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서 홍콩인 수십명 '범죄인 인도법'반대 시위 및 서명운동 벌여
'인터넷-학교-식당' 통해 개개인 자유롭게 시위 합류해
"강의실서 홍콩시위 발언하던 홍콩학생을 중국 학생들이 사진찍어"
"우리 아버지도 경찰 출신, 지금 홍콩 경찰들 부끄러워"
"9일 100만 시위는 매우 평화롭게 진행돼"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속칭 '범죄인 중국송환법' 반대 시위에 모인 서울 거주 홍콩 시민들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속칭 '범죄인 중국송환법' 반대 시위에 모인 서울 거주 홍콩 시민들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홍콩 시민들은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15일 오전 홍콩시민 30여명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앞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 및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 9일 100만명이 모이며 시작된 홍콩의 이른바 ‘중국 송환법 반대’시위가 서울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시위를 기획한 홍콩 시민 임완산(林婉珊·27) 씨(성균관대학교 경영학)는 “2014년 우산혁명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9일 103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위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친구 몇 명이서 얘기를 했는데 서로 도와주고 싶은 홍콩 시민들이 모두 모여 구체적으로 운동을 하자고 전했다”라며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동대문 주변 외국인들에게 홍콩의 상황을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씨와 함께 모인 홍콩시민들은 별도의 단체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홍콩시민 개개인이 서로 연락을 하며 이날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이날 시위를 기획한 홍콩시민 임완산씨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이날 시위를 기획한 홍콩시민 임완산씨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임씨는 대학교에서 중국 본토학생들과 의견 교환을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학생들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최근) 홍콩 학생 한 명이 40명이 있는 강의실에서 교수님께 홍콩 사태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고 홍콩 시위 발표를 했는데 수업에 들어온 중국학생 10~15명 정도가 그 홍콩 학생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홍콩 경찰이 시민들을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고 최루액을 뿌리는 등 과격진압을 하는 것에 대해 “홍콩 경찰 같지않다. 우리 아버지도 홍콩경찰 출신이다”라며 “나는 어릴 때 영국 경찰의 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지금 홍콩 경찰이 하는 모든 행위가 부끄럽고 우리 고향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임씨는 캐리 람 장관에 대해 “그 분은 권력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친중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모든 말을 들어야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9일 홍콩 100만 시위 참가자도 서울 동대문 시위에 나서

또 다른 참여 홍콩 시민 컹 펑(Keung Fung·40)씨는 지난 9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실제로 100만 시민 시위에 참여한 참가자다. 컹 씨는 서울에 있는 NGO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컹 씨는 서울에 있는 홍콩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친구로부터 “홍콩 사람들의 결속력을 보여주자”는 제안을 받고 이날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9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 100만 시위 참가자 컹 펑씨[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지난 9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 100만 시위 참가자 컹 펑씨[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시위 당시 분위기에 대해 “난 일요일에 빅토리아 파크에 오후2시부터 11시까지 있었다. 시위는 매우 평화롭게 진행됐다(super peaceful)”며 “그러나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은 민주주의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가고 있으며 정치 시스템 역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홍콩 시민들은 수년간 ‘진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가치 건국이념으로 삼은 한국인들에게 지지 호소

이들은 “홍콩특별행정구정부가 발의한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주한(住韓) 홍콩시민들이 한국인에게 전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성명은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평범한 홍콩인들의 모임으로 홍콩 행정부가 입법기관에 발의를 제안한 ‘범죄인 인도 및 형사사법 공조 법안’에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히는 바”라며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홍콩시민들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부당하게 송환될 수 있다. 또 본 법률안은 차후 외국인에게까지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인들도 향후 법의 저촉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펜앤드마이크-조준경 기자]

성명은 “이러한 범죄인 인도법안은 식민지시절을 거쳐 홍콩반환이 1984년 중영공동선언으로 보장이 돼 실행이 될 때까지도 보장이 되었던 권리와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며 “이(권리)는 홍콩 시민 및 외국인 모두가 누리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자국민들의 거센 항의와 법안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홍콩행정장관 캐리 람(Carrie Lam)은 의도적, 공개적으로 홍콩 인민대중의 의사를 무시하였으며, 정치적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관련 법안 2차 심의를 결정했다”며 “우리는 한국 거주 홍콩 시민으로서 홍콩 본토인들에 연대와 지지를 표명할 것을 약속하는 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우리는 전세계인들과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가치를 건국이념으로 삼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범죄인 인도법이란? 

'범죄인 인도법', '범죄자 중국 송환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문제의 법안 정식 명칭은 '2019년 도주범과 형사 사무 상호법률협조(수정) 조례안'이다. 

현재 홍콩은 20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법' 협정이 체결돼 있다. 그러나 관련 법률은 중국, 마카오 및 대만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 홍콩정부는 이 법안을 이전과는 달리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라도 용의자를 넘길 수 있도록 개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 용의자 인도에 대한 심의 권한이 국회에서 행정장관(행정수반)으로 이전해 국회(대의제도) 심의 대신에 법원과 행정장관의 동의만으로 용의자를 중국으로 이송할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국회의원을 포함해 1200명으로 이루어진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홍콩행정장관은 중국 정부에 의해 임명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 친중파 장관이 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이 때문에 홍콩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반체제 운동가들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중국으로 송환될 것에 대한 우려로 법안 개정에 반대를 하고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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