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노르웨이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만남시기 선택은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어"
靑 역시 北김여정, 故이희호 여사 별세 조의 표한것 두고..."南北대화에 대한 北의 의지" 확대 해석
자유 우파 일각, 황교안 대표와 1대1 회담 거부하는 文...北김정은에겐 '만나만 달라'는 식의 애걸복걸?

문재인 대통령(左),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의 네번째 만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시기와 장소, 형식을 묻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회담 시작 전부터 한 없이 '몸을 낮추는' 발언으로 유독 김정은에게 '관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6월 중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한지는 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남북 간 짧은 기간에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을 한 경험이 있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시기와 장소, 형식을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런 시기를 선택할지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언급하며 "친서 내용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신 것 이상으로 제가 먼저 말씀드릴 수는 없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이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을 통해 고(故)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 조의를 표한 것을 두고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로 충분히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북측이 김정은의 조의를 표하기 위해) 김 부부장을 (판문점에) 보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관계자는 "김 부부장을 통한 조의 전달이나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가 나와줄 것'을 북한이 요청한 점, 민족의 화합을 강조한 이 여사의 뜻을 기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점 등은 남북 평화에 대한 의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망'과 달리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 굳이 무리하게 문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스스로를 '한반도 중재자'라 자처해왔지만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를, 북한이 '톱다운 방식'을 거듭 주장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자유 우파 세력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북한 사랑은 못 말리겠다'고 혀를 차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1대1 영수회담 요청은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는 반면, 김정은에겐 시기와 장소·형식은 묻지 않을테니 '만나만 달라'는 식으로 애걸복걸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이제 애처로울 지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김정은의 어떤 도발에도 비판을 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을 하지 말라"고 비아냥거렸고, 지난달 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사진까지 공개한 후에도 끝까지 '발사체'라며 옹호했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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