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 지난달 10일 '한빛 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 당시 개고기집서 만찬
엄 위원장, 원자력 전문가 아닌 사회복지학과 졸업한 행정고시 출신 관료
지난해 국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탈원전도 친원전도 아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엄재식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한빛 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 당시 보고를 듣고도 마땅한 대처 없이 개고기집에서 만찬을 즐긴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원자력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안위원장이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만찬을 한 것에 대해 직무유기라는 세간의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엄 위원장은 원자력 전문가가 아닌 사회복지학과 출신 관료로 원자력 관련 행정 경험이 10년 정도 뿐인 非전문가여서 불신이 커지고 있다.

14일자 조선일보가 인용한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지난달 10일 한빛 원전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 당시 뒤늦게 보고를 받고도 대처를 미룬 채 개고기 만찬을 갖았다. 원안위는 지난달 10일 오전 10시 31분 한빛 원전 1호기의 열출력 급증으로 '보조급수 펌프가 자동 기동됐다'는 보고를 한수원으로부터 받았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같은 시각 원안위 회의를 오후 3시 35분까지 주재했으나 한수원의 보고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원안위의 심각한 기강 해이는 오후 5시 55분에야 오전의 한수원 보고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원안위 위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엄 위원장은 보고를 받고도 즉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종로구 유명 식당에서 개고기를 즐긴 뒤 오후 7시 58분 16만9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오후 9시 37분에야 '수동 정지 결정'을 내렸다.

원안위는 당시 엄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을 '원안위 회의 쟁점 사항 논의'라고 밝히면서 엄 위원장이 누구와 만찬 했는지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원안위의 무너진 기강과 해이해진 업무 전반에 대한 우려는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이 원자력 전문가가 전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엄 위원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다.

일각에서는 엄 위원장이 2007년 과학기술부 핵융합지원과장을 시작으로 원안위 안전정책과장과 기획조정관, 방사선방재국장을 역임해 원자력 안전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라고 하지만 10년 남짓 원자력 관련 행정을 경험한 非전문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원안위 사무처장 재임시 이전 정권이 임명한 성게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결국 성 원장은 여러 방면으로 압력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엄 위원장은 원안위 사무처장 자격으로 참석한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탈원전파'인지 '친원전파'인지 밝히라"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둘 다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원안위 위원장 취임식 자리에서 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운영·허가와 관련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당시 탈원전에 대한 우려는 새롭게 구성된 원안위 위원 구성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증폭됐다. 9명 정원인 원안위 위원 중에서 원자력 전공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4명이 원자력 전공자였다는 사실과 대비를 이룬다.

한편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빛 1호기 사고 대처 미비에 대한 질타가 여야 할 것 없이 쏟아졌다.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에선 정부여당이 인력과 제도 개선 없이 문제를 방치하는 식으로 불안만 확대시키는 것에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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