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품위유지’, ‘명예훼손 금지’ 위반 여부 심의
KBS "명예훼손 잣대를 들이대면, 역사 평가에 대한 폭이 좁아진다고 생각"
전광삼 위원 "KBS, 공영이 아니라 상업방송 같다...극단적 소수자의 해방구된 듯"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캡처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캡처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국의 '괴뢰'라고 지칭하며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김용옥 한신대 교수 발언을 여과없이 내보낸 KBS가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사실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만 있다면 가능한 자유롭게 진행하는 게 맞다”는 궤변을 쏟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방심위는 이날 ‘김용옥 막말’ 논란이 불거졌던 <도올아인 오방간다>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품위유지’, ‘명예훼손 금지’조항 위반 여부를 심의했다.

지난 3월 김용옥은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금도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파내야 한다, 우리는 이 대통령 밑에서 신음하며 자유한국당 시절을 보냈다”라고 답했다.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관계자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개인이나 명예훼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다”며 “평가를 할 때 명예훼손 잣대를 들이대면, 역사 평가에 대한 폭이 좁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상수 위원이 “역사와 관련된 주제에 철학자 김용옥을 섭외하는게 적절하냐”고 묻자 “철학이 역사와 관련이 많고 최근 근현대사 연구를 많이 했다”면서 “100주년에 대한 걸맞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묘지에서 파 내야 한다’는 표현이 공영방송에서 나갈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표현 때문에 빼는 것 보다는 시청자가 판단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열린 .‘KBS양승동 사장 사퇴 및 김용옥 망언규탄 국민대회’
지난 4월 열린 .‘KBS양승동 사장 사퇴 및 김용옥 망언규탄 국민대회’

이와 관련 전광삼 위원은 “요즘 KBS를 보면 공영이 아니라 상업방송 같다. 극단적 소수자의 해방구가 된 것 같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국부로 봐야 한다는 분도 있는데 그 분들 의견은 왜 반영을 안하냐”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국립묘지를 파내야 한다는 발언은 김 교수가 의도적으로 과한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특정 관점에 치우친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 맞는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전광삼·박상수 위원은 각각 법정 제재인 '경고'와 '주의' 의견을 냈으며, 허미숙·심영섭 위원은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최종 제재 수위는 차후 전체 회의에서 결정한다.

한편, KBS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는 지난 3월 "김용옥 씨는 이미 널리 알려진,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 경도된 인물"이라고 비판하며 "(KBS의)심의규정이나 제작가이드라인에 따른 게이트키핑이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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