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강남 재건축 불가 천명, 강북 재개발지구 해제 지속
한국감정원 조사, 강남 아파트값 34주 만에 상승 전환... 서울 집값 꿈틀
더불어민주당,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은 이제 제발 그만 해주길 바란다”
전문가, "서울 아파트 실수요 상당한데 어떻게 가격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인지 의문"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값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집을 자산으로 보지 말라' 경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강남 주민들의 재건축 허가 요청을 100% 이해하지만 "재건축이 진행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며 재건축 불가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날 박 시장은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아파트 값 안정이 제일의 정책 목표임을 강조했다. 이로써 서울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아파트 재건축 규제를 계속할 방침이다.

강남 재건축 뿐 아니라 강북 재개발 사업도 서울시 개입으로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13일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을 일몰제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했다. 이는 서울시의 일몰제 적용 첫 사례이자 주민의 80%가 재개발을 원하는데도 정비구역 해제를 강행한 초유의 사태다. 서울시는 은평구 증산4구역처럼 지난 2016년에 일몰기한이 도래한 재개발 사업지 38곳에서 해제 절차를 밟아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재개발 사업장은 있었지만 주민 대다수의 연장 요구에도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할 경우 지정 해체될 38곳에 일몰제 강행 의사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값 안정화를 내걸어 각종 아파트 공급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값은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12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셋째주 이후 34주 만의 상승세 전환이다. 일각에서는 9·13대책 이후 주춤했던 강남 집값이 하반기로 가며 다시 상승장으로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79㎡는 17억1천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전고점인 18억5천만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2억원 이상 회복한 금액이라고 한다. 현재 호가는 17억5천만원으로 나오고 있지만 실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북도 호가가 뛰며 실거래로 차근차근 이어지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최근 8억4천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가 8억7천만∼8억8천만원으로 뛰었다. 호가가 5천만원 이상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외로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매매 문의가 연초보다 활발해진 편이라고 한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4기 원내대표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4기 원내대표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1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집을 자산으로 보지 말라는 터무니 없는 경고를 시장을 향해 날렸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7주 연속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고 강남의 재건축 아닌 일반 아파트 또한 하락을 멈추고 반등의 기회를 보고 있다”며 “반등의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추가 대책 등을 통해 더 이상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과 부동산이 자산이 되는 나라를 만들지 않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은 이제 제발 그만 해주길 바란다”고 투기 수요 억제를 시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 억제로 아파트 값 안정화는 쉽지 않으리라 진단하고 있다. 14일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본지에 "2019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철저히 실수요자들의 갈아타기 장세"라며 1가구 1주택자들이 더 나은 입지로 '갈아타기', 즉 이주하려는 추세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실수요도 투기 수요라면서 규제할 것인지 반문한 뒤 "후분양제로 청약까지 어려워지면 대기수요는 상당해질 것"이라고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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