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22기, 27기 기자들이 지난 2일 사내(社內) 게시글을 통해 황상무 KBS 9시뉴스 앵커 퇴진을 요구했다.

부장급 연차인 22기 기자들은 이날 오전 ‘황상무 앵커의 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KBS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게시글을 통해 이들은 “고대영 사장이 퇴진했지만 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기까지 출근은 해도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협박식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고대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지난달 23일 142일 파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보도·제작 책임자들이 계속 남아 있는 한 방송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기자들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방침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27기(차장급 연차) 기자 17명은 이날 오후 황상무 앵커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목소리가 높아질 당시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인터넷에 유출했다며 허위 왜곡 보도를 한 인물”이자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수차에 맞아 희생됐을 때도 경찰의 부검 시도를 옹호하며 여야 공방으로 치부하고 사안을 정치 쟁점으로 호도했던 자”라고 비판하며 “기자로서의 경력 가운데 일부라도 존중받고 싶다면 당장 앵커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MBC의 간판뉴스인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 배현진 아나운서는 지난해 12월 최승호 신임사장 임명 후 하차했다. 이후 최 사장은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져버린 국민을 오도한 뉴스였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BS공영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기자들이여 제발 정신 차려라. 더 이상 정권의 호위무사 노릇하지 말고 권력의 감시자로, 본연의 임무를 되찾기 바란다”고 말하며 “지금 ‘대한민국은 헌법만 바꾸면 사회주의 국가’라더니, KBS가 꼭 그 모양 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KBS공영노조 성명서 전문이다.

(KBS공영노조 성명서)KBS의 혁명 세력은 물러나라

기자협회가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지휘라인이 아닌 자신들로 구성된 보도위원회 지시를 받고 일하는 조건을 걸었다. 조직의 위계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지금 보고도 하지 않고, 지시도 안 받고 있다.

지금 조직의 위계는 이미 무너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보도본부뿐 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비슷하다.

이것이야말로 KBS가 해방구가 된 것이 아닌가. 공조직을 자신들이 만든 위원회로 자치(自治)를 하겠다니, 이것을 어찌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바른 모양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가운데 홍기섭 보도본부장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보도본부장은 지금의 이 상황을 파업 참가자와 불참자들 사이의 오해와 반목이라고 치부하며 앞으로 서로 화합해서 잘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 잘 될 거라며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 조직을 파괴하여 저들이 장악하려는 것이다. 부장, 국장 등의 지휘라인을 무력화시키고 오로지 본부장 지시만을 받겠다는 것은 “본부장도 한 배를 탔으니 나머지 간부는 우리를 따르든지 아니면 물러가라”고 선언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홍기섭 본부장 주재 간부회의에서 모 국장이 보도본부장 면전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장급은 언론노조와 손을 잡은 본부장의 처신에 항의해서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KBS 조직이 이미 붕괴돼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도본부장이 혼자 살겠다고 언론노조나 기자협회와 손잡은 것으로 밖에는 달리 이해할 수 없다.

보도본부장은 지금, 민주노총산하 언론노조 KBS본부가 5개월 동안 뉴스현장을 내동댕이치고 파업에 매진할 때, 시청자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피로와 싸워가며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을 적폐로 내몰고, 파업자들에게 새로운 자리를 펴주려는 것이 아닌가.

보도본부장은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욕심도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보도본부장은 그만 물러나라. 각 국장이 책임지고 일하게 하라. 보도본부장은 더 이상 조직을 파괴하지 말고 사퇴한 후 차라리 언론노조와 함께 행동하라.

기자들은 이제 9시뉴스 앵커도 하차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하는 말이 촛불혁명으로 세상이 이미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언론이 권력과 결탁해서 정권을 붕괴시키고, 그 자리에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 새 시대인가?

기자들이여 제발 정신 차려라. 더 이상 정권의 호위무사 노릇하지 말고 권력의 감시자로, 본연의 임무를 되찾기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은 헌법만 바꾸면 사회주의 국가’라더니, KBS가 꼭 그 모양 같다.

이제 불과 한, 두 달이면 저들이 원하는 새 사장이 선임되고 또, 저들이 원하는 대로 조직이 재편될 것이 뻔하다. 길어야 두 달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안달하는 모습을 보면, 가히 혁명적인 상황으로 KBS를 재편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단호하게 주장한다.

노동조합에게 기대어 간부 생활을 좀 연장해 보려는 자들은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또 치기어린 의협심으로 KBS를 혁명적으로 뒤집어 보려는 세력들도 당장 물러나라.

KBS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더 이상 그대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2월 2일

KBS공영노동조합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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