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실시되는 新외부감사법, 주기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회계감사법인 강제 지정
부작용 우려에도 정부는 11월 대상 기업 명단 확정, 내년부터 시행 예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 23곳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국가가 강제로 교체하는 ‘지정감사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강제로 기업에 특정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제도여서 기업 활동의 자율성 침해와 회계 품질의 하향평준화 등 각종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정감사제’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기업이 외부의 회계감사법인을 자율적으로 6년간 선임하면 이후 정부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3년간 제3의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6+3 제도’다. 

13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자산총액이 큰 순서대로 220곳을 후보로 올린 뒤 명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내년부터 적용될 ‘지정감사제’ 대상 기업들을 미리 추려본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삼성생명,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감사 계약기간이 남아 있거나 적발된 위반 사항이 없는 기업들은 제외될 전망이지만 내년부터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23곳이 적용돼 기업 회계감사 현장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경제계는 ‘지정감사제’가 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시행 첫해를 맞아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상위에 포진한 대기업들부터 감사법인을 교체했을 때 새로운 감사법인이 기존과 다른 처리 기준으로 기업의 방대한 경영 활동을 끝없이 문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에선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어 대기업처럼 해외 사업장이 많고 고도의 경영판단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업종, 금융업종, 수주산업 등에서 기업과 새로운 감사인 간에 충돌이 속출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업이 스스로 맡겨야할 회계법인을 직접 교체해버리면 기업 회계로 인한 분쟁이 비일비재해지는 등 부작용이 뻔해 기업 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1970년대부터 삼일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아왔는데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사인이 교체될 수도 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회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기적 지정제로 순번을 따졌을 때 EY한영이 유력하지만 벌점 등을 감안하면 삼정KPMG나 딜로이트안진에 기회가 갈 수 있다는 등 삼성전자 지정 감사를 놓고 예측만 난무"하는 상황인지라 "기업들과 회계법인 모두 한 치 앞을 몰라 주기적 지정제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13일 전문가들은 “당국이 특정 회계법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것은 경제의 자율성 침해와 또 다른 유착 등 심각한 권리침해 및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계전문가들은 국제적 추세와도 역행한다며 ‘지정감사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의 개입으로 인해 회계품질의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등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또 ‘지정감사제’로 새로운 유착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경우에 회계 과실이 생기면 책임소재와 처벌강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전적 규제도 필요하지만 사후에 엄벌하는 사후적 규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이처럼 '지정감사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회계 분쟁이 급증할 경우에 분쟁조정위원회를 활용할 계획이지만 구속력과 강제성이 없어 해결에 효과적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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