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가유공자 보훈가족 불러놓고 김정은과의 만남 자랑...북한에 사과 받아야 한다는 유족 목소리 브리핑에서 삭제
적폐청산 주장하는 文정부, 이제는 유족들까지 반통일 적폐로 몰아세우나
김성택 씨, "유복자로 태어나 69년 평생 아버지 못 보고 자란 게 한스러워"... "文정부는 다 잊고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강요"

“북한의 사과도 없이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위선이고 거짓평화다”

“적폐청산한다는 文정부는 이제 국가유공자 가족들까지 반통일 적폐로 몰아가는 건가”

지난 4일 청와대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국가유공자, 전몰장병 유족 등 보훈가족을 영빈관 오찬행사에 초대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손 잡고 웃는 사진을 배포했다.

사진 아래에는 ‘내가 퇴임하면 백두산이나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지 않겠습니까?’ 등 북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흠모의 감정을 담은 글귀가 써여 있었다. 유족들은 모욕감을 느꼈지만 편향된 대북 일변도를 보여 온 문재인 정부에 속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올라 발표를 한 6.25 전몰장병의 아들 김성택 씨는 “화해 없는 평화를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위선이고 거짓 평화다. 북한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소신 발언을 했고, 청와대는 나중에 이 발언을 삭제하고 언론에 오찬 내용을 공개했다. 펜앤드마이크는 11일 김성택 씨를 ‘인터뷰’했다.

강릉에서 사진 스튜디오 ‘여백’을 운영한다는 김성택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6·25 때 사망한 김재권 일병이며, 1950년 10월 15일 가평 전투에서 북한군 비정규 요원의 공격을 받고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결혼 직후 입대했던 김 일병이 사망했을 때 부인 전옥순 씨는 아들인 김성택 씨를 임신 중이었다.

“나는 유복자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더욱 엄하게 키웠다. 어디 가서 애비 없는 자식놈이란 말 듣지 말라고 회초리도 드시며 남들보다 몇 배는 강하게 훈육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가 품고 계신 한(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죽는 날까지 아버지 유해를 못 보고 가셨다. 일평생 한에 시달려 고통스럽게 살다 가신 것이다. 그 시절 젊은 나이에 혼자서 부모 역할을 도맡아 하시려니 얼마나 힘들고 아프셨겠는가.”

사실 김 씨는 4일 보훈행사에 가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지난 2년간 역사의 가해자인 북한 정권과 손 잡은 문재인 정부에 대고 개인의 목소리를 낸다는 건 쉽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다른 유가족들이 김 씨 본인처럼 문 정부의 대북 편향 행보를 비판적으로 볼 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2017년 아버지의 유해를 발굴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와 대면했다.  유복자로 살아오며 69년간 마음에 사무쳤던 숙원을 풀었다. 그는 이땅의 젊은이들이 역사의 과오로 자신처럼 희생되지 않기를 원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읽을 발표문을 쓰고 지워가며 준비했다.

“어머니가 1988년 돌아가셨다. 재작년 어머니를 현충원에 봉안하면서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관한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전자 시료 채취를 했다. 그리고 얼마후 국방부에서 아버지를 발굴했다며 전화를 해 온 것이다. 온몸이 저리고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고,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김성택 씨의 아버지인 고(故) 김재권 일병의 청년 시절
김성택 씨의 아버지인 고(故) 김재권 일병(좌측 사진 위에서 가운데, 우측 사진 위에서 왼쪽)의 청년 시절

“아버지는 원래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됐다. 6·25 당시 제주도에 훈련소가 모자랐는데 작은 할아버지가 훈련소 부지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는 모두 면제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희 모두 안 가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제가 차남이니 다녀오겠습니다’라며 큰 결심을 하고 참전하셨다.”

김 씨는 “그래서 유해 발굴 대표자로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하게 됐지만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청와대가 배포한 현충일기념 홍보자료
청와대가 배포한 현충일기념 홍보자료

김 씨는 청와대가 오찬 참석자들에게 5쪽짜리 홍보자료를 배포했다면서 “안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도록 홍보자료 위에 표지가 있었고, 그 첫 페이지에 오찬 메뉴가 끼워져 있었다. 그래서 다들 식사하는 도중에 자료에 나온 사진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사진을 보면 문 대통령이 어떤 여성분을 껴안는 모습에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 뒤를 보면 대통령이 김정은과 웃으며 손을 잡고서 ‘나중에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주지 않겠나’ 하는 사진이 나온다. 이걸 6·25, 연평해전, 서해교전, 천안함 피격 등 호국영령 유족들에게 선물이라고 넣어 둔 것이다.”

김 씨는 “(대통령이)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준다면서 왜 유족들의 눈에선 피눈물이 나게 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69년 평생 가슴 속에 담아 둔 것은 김일성 일가에 대한 원한이고, 내 마지막 생명을 던져서라도 그것을 갚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지금 애비 없는 과부의 자식을 두고 희롱하는 건가, 우롱하는 건가? 이렇게 하고 날 부르는가? 어린애도 이런 짓은 안 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 씨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 씨(맨 앞)

유족들 사이에도 분노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 씨는 “황당하고 문이 막혔다”며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고 언론에 전했다. 당시 고(故) 서정우(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도 홍보자료를 본 뒤 옆에 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이건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먼저 사과를 받아내야 하지 않느냐. 사과 없이는 평화도 무엇도 올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족을 대신해서 오찬 중 유해 발굴 과정을 소개하는 발표를 하게 된 김씨는 대통령을 향해 발언했다.

“화해는 전쟁과 수없는 테러를 일으킨 침략자의 사과가 전제 되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69년이 지나도 이처럼 사무친 원한이 깊은데,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화해 없는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위선이고 거짓 평화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 부분을 삭제한 채 청와대에서 기자들을 향해 오찬 행사를 브리핑했다. 6·25 유족의 한까지 편집한 것이다.

김 씨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호국보훈 행사는) 현충일 맞이해서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가족들 위로하겠다는 취지여야 하는데, 지금 이게 눈물 닦아주겠다는 건지, 눈물 나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의 가족들까지 반통일 적폐로 몰아가는 것인가”라며 “문 정부는 정작 우리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깎아 내리고 있다. 가해자와 화해하자고 손을 맞잡고, 피해자인 우리 국민에겐 다 잊으라고 강요하는 이 태도는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태도와 너무도 이율배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충을 기념해 전몰장병 유족들에게 전한 서신을 공개하며 “우리가 못 살고 연금도 없던 시절이다. 이때 박 대통령은 매년마다 정성스럽게 쓴 친필 서신을 유족들에게 보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신 아버지의 거룩한 유지를 받들어 누구보다 훌륭하게 자라 달라’고 우리를 격려했다. 이게 남겨진 가족들을 보살피는 국가의 배려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런 모습은 고사하고 유족들 마음에 불만 지른다”라면서 “이 두 개만 봐도 위선과 진정성에 대한 차이가 느껴진다. 국민들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아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3월과 5월, 구국의 전쟁에 목숨을 바친 전몰군경 유족들에게 나눠 준 친필 편지다. 독자들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홍보자료 글귀와 비교 공개한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전몰장병에게 보낸 서신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호국영령 유족들에게 보낸 서신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전몰장병 유족들에게 보낸 친필 서신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호국영령 유족들에게 보낸 친필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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