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성경책 보내 준 한국교회와 미국 선교사님들에게 감사”
“한국여성이 북한여성의 고통에 공감하고 같이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북한의 감옥에서 우리는 한국교회와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한국이 있어야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제대로 서야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 작가이자 북한인권 운동가인 지현아 씨가 11일 오후 펜앤드마이크(PenN)를 찾았다. 지현아 씨는 이날 펜앤과의 인터뷰에서 탈북과 3번의 강제북송, 중국에서의 인신매매와 강제낙태, 종교박해 경험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풀어놓았다. 그는 북한의 기독교인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교회와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19살에 북송돼 감옥에 갇혔을 때 당시 그곳에는 ‘언니’라고 부르던 기독교인이 있었습니다. 제가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하나님은 남조선에만 있고 북한에는 없다’고 하자 언니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한국이 있어야 우리가 있다. 한국교회가 제대로 서야만 우리도 있다. 힘들지만 우리가 함께 한국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울립니다.”

지 씨는 20여 년 전 북한에서 어머니가 중국에서 식량과 함께 몰래 들여온 성경책을 보고 하나님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1990년대 말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 미국인 선교사들과 한국교회가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성경책을 조선족 교회에 많이 가져다주었습니다. 식량을 찾아 국경을 넘었던 북한주민들을 하룻밤 동안 성경을 공부한 뒤 다시 배낭에 식량과 성경책을 넣어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북한에 성경책을 보내 준 한국교회와 미국 선교사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북한에서 저는 친구의 밀고로 ‘성경책을 봤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하나님을 믿으며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즉결 처형을 받는다. 하지만 북한에는 아직도 성경책을 보고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지하교인들이 있다”고 했다.

지 씨는 지난 1998년 가족과 함께 첫 번째 탈북을 시도했다. 당시 북한은 약 350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고 있었다. 그는 중국에서 세 차례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을 당했다. 북한의 감옥에선 ‘중국인 혼혈’을 임신했다는 이유로 마취 없이 강제 낙태를 당했다.

“현재 중국에는 약 25만 명의 탈북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북송됩니다. 북송된 여성들 가운데 70%는 임신 상태입니다. 혼혈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정권은 임신부에게 시멘트 부대를 나르는 강제노역을 시키거나 ‘앉았다 일어나기’ 100번을 시켜 낙태를 시킵니다. 태아의 머리에 직접 주사를 놓아 낙태를 시키기도 합니다. 저는 마취 없이 강제낙태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 씨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났다. 또한 미 국무부 주최한 ‘종교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에 초대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했다.

그는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굉장히 훌륭한 리더들이었다”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북한과 그 어떤 세력에게도 강하고 담대하게 대응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번도 탈북민들을 만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문재인 정권의 대북 공여 정책은 북한주민들에 대한 ‘살해 방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람이 먼저다’에서 ‘사람’은 김정은인지 아니면 고통받는 북한주민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대북정책의 초점을 박해받는 북한주민들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대북제재를 하니까 북한에서 자유시장경제인 장마당이 생겼다. 지금 북한에는 택시도 다니고 배달도 된다. 대북제재를 하면 북한정권은 가난해지지만 북한주민들은 정권의 억압과 통제가 약해지기 때문에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살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 쌀을 지원하면 이 쌀이 북한관리들에게 배급으로 돌아가고 결국 북한주민들 더욱 억압·통제하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주는 식량은 결국 북한주민들을 살해하도록 도와주는 ‘살해 방조 행위’”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한국여성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배부르게 한껏 자신을 가꾸며 사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한국여성들이 평화롭게 남자친구나 가족, 부모에게 사랑을 받을 때 북한의 여성들을 자유를 찾아 탈북 했다가 중국에서 짐승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낙태를 당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이런 부분들에 공감해주시고 같이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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