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당해산 청구 청원 두고 "준엄한 평가 내려졌다"면서도 "국회, 국민께 큰 실망 준 것 사실"이라며 한국당 간접 언급
내년 4월 총선 언급하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 몫이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 행사"
나경원 "답변, 한마디로 선거운동...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닌 궤멸 대상・심판 대상으로 언급"
정당해산 관련 헌법 제8조 제4항에 청와대는 써 있지 않아...답변으로 거론할 사안도 아냐

정당해산 청구에 답하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 청와대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청와대가 지난 4월 올라온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답변에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청원이 최근 국회가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국민의 ‘회초리’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는 말을 덧붙인 데 대해 자유한국당이 “야당을 심판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며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을 하면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1일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답변 영상에서 “청원에 많은 국민이 참여한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답변이 된 두 청원은 4월말 올라와 동의 수 20만 건이 넘어 답변요건을 만족시켰다. ‘한국당이 입법 발목을 잡고 있고 막말을 했다’는 내용인 한국당 해산 청원의 경우 183만1900여 건의 동의가 쌓였고, 패스트트랙을 날치기 지정한 민주당과 여권을 비판한 민주당 해산 청원은 33만7964건의 동의로 마무리됐다. 다만 이같은 ‘동의 건수’는 중복과 조작이 가능해, 실제로 동의 건수와 같은 숫자의 국민이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

강 수석은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한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0건이고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 한 채 국회에는 민생 입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국회 스스로 만든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민께 큰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지적해온 대로 사실상의 한국당 탓을 했다. 한국당 불참으로 국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어 “국민은 눈물을 훔치며 회초리를 드시는 어머니가 돼 위헌정당 해산청구라는 초강수를 두셨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묘역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당은 즉각 해당 답변을 “선거운동과 다름 없다”는 입장을 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강 수석의 정당 해산에 대한 답변은 한마디로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다. 강 수석까지 전면에 나서 사실상 야당을 같이할 수 있는 국정파트너가 아닌 궤멸의 대상이고,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언급한 부분”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계속해서 야당을 궤멸의 대상으로 보는 정치가 국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강 수석의 발언은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보겠다”고 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청원 답변을 편향된 정치 선전을 공론화하는 기회로 쓰는 청와대에게 애초부터 제1야당은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협치’ 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에서 “정당 해산 청구는 실제 정부가 청구에 나설 게 아니라면, 청와대가 시시비비 답변할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다”라며 “청와대 답변은 적절한 거름망이자 자정 역할은 커녕 청와대까지 덩달아 싸움에 가세한 꼴이다. 청와대는 작금의 ‘정치 마비’ ‘국회 마비’ ‘막말 잔치’에 자신은 전혀 책임이 없는 양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민국에서 해산된 정당은 2014년 12월19일 위헌정당으로 판결난 통합진보당이 유일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이 있었다고 보고 해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통진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고, 일부 민주당계 정치인들도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가 거론할 사안은 아닌 셈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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