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걸 전주지검장 검찰 내부망에 '수사권 조정안-공수처' 비판글 게재
"국민 인권보장과 직결되는 사법제도 졸속으로 함부로 바꿔선 안돼"
"권력에 충성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도 문제" 자성

윤웅걸 전주지검장 [연합뉴스 제공]
윤웅걸 전주지검장 [연합뉴스 제공]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4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날치기로 태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3법 중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현직 검사장들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0일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두 법안에 대해 검찰 내부 온라인망에 “중국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사법제도는 졸속으로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 사법제도는 국민의 인권보장과 직결되는 제도이므로 그 변경은 인간에 대한 정신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송인택 울산지검장도 지난달 26일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는 이메일을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보냈다. 그는 “표만 의식해 경찰 주장에 편승하여 검찰을 해체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지검장은 이날 ‘검찰개혁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 개혁 법안과 중국의 형사소송법 내용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담긴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중국의 형사소송법 조항 내용과 같다는 것이다.

조정안의 이 내용은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가지며 검사는 경찰에 보충 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수사 지휘는 못 하게 돼 있다. 또 불기소 사건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종결시킬 수 있다.

윤 지검장은 “서구 선진국들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지 않은 이유는, 수사의 종결이라 함은 기소여부, 즉 기소할지 불기소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는 기소권자가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사법 경찰은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사에게 기소여부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전건송치주의(全件送致主義)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 지검장은 “그러나 중국 검찰의 역사를 보면 수사와 기소를 엄격히 구분함으로써 경찰인 공안이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완벽하게 독자적으로 수사활동을 하고 불기소 사건에 대한 종결권을 갖는 것을 넘어서 경찰이 수사의 주도권을 가지는 법제를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과는 다른 검경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구 선진국들이 오랜 논쟁을 거쳐서 검사에게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것은 검사가 경찰보다 인권의식이 투철하고 수사실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그것은)수사권을 사법기능으로 분류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국민생활에 밀접하여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대하여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통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지검장은 공수처 법안도 중국과 비슷하고 지적했다. 중국은 작년에 시진핑 1인 체제 확립을 위해 중화인민공화국 감찰법을 신설하고 국가감찰위원회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강제 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윤 지검장은 검찰의 수사 행태에 관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검찰은 그간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하여 권력자에게는 충성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국민에게는 불편을 주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것이 서구 선진국 검찰의 모습과 다른 우리 검찰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윤 지검장은 “이러한 이유로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면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따라서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자면 ‘권력자는 불편하게, 국민은 편안하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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