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향년 97세를 일기로 별세...올해 3월 들어 병세 급격히 악화
장례는 사회장...권노갑 前 의원-장상 前 이화여대 총장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 구성 예정

고(故) 이희호 여사. (사진=연합뉴스)
고(故) 이희호 여사. (사진=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밤 향년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 여사께서 10일 오후 11시 37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소천하셨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올해 3월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 YWCA에서 활동하며 여성 운동에 힘을 쏟았다.

이 여사는 지난 2008년 발간한 자서전 '동행'을 통해 재야 인권운동가 고(故) 계훈제와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만나기 전 서울대학교에 다녔기에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계훈제를 알게 되었고, 그와 가까이 지내며 결혼할 마음까지 품었었다는 내용이다.

이 여사는 이후 1962년 마흔의 나이에 2살 연하의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주변의 반대에도 결혼했다. 김 전 대통령에겐 사별한 전(前)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홍일·홍업 형제가 있었다. 이 여사는 결혼 이듬해 홍걸 씨를 낳았다.

하지만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서 삶은 순탄치 않았다. 결혼한 지 9일 만에 김 전 대통령이 반(反) 혁명에 관계되었다는 이유로 당국에 연행됐고, 유신 시절 옥바라지를 하는 등 김 전 대통령과 고난을 함께 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에도 모든 것을 감내하며 김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모습. 이 여사는 지난 1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모습. 이 여사는 지난 1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를 넘어선 나이에도 영부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특히 여성 지위 향상 문제에 관심이 많아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1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여성부가 출범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는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동교동계를 지키며 중심을 잡아왔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서 대북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다. 2011년 북한 김정일 사망 당시 조문을 위해 방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 탓에 올해 3월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고, 결국 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10여 년 만에 남편의 뒤를 따랐다.

한편 이 여사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이며, 당일 오전 7시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린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이 여사의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의원과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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