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장까지 '주민참여 감독' 하겠다는 서울시..."전문가는 어디에 두고"
건설 공사장까지 '주민참여 감독' 하겠다는 서울시..."전문가는 어디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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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성별' 60% 넘지 않는다는 방침까지 정해...여성 참여율 보장하겠다는 식
참가 자격도 제한 없어...'자격증 소지자' '감리감독 경험자' 단서 있지만 강제 아냐
시 예산 들여 1회 감독에 2~3만원 활동비까지 지급..."감독 참여는 공사 잘 모르는 여성들 아니겠느냐" 비판 커져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가 일반 시민들을 ’공사 감독’으로 쓰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주민참여 감독제’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제는 ‘주민 대표’가 직접 공사 감독을 맡는다는 안이다. 3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배수로 및 간이 상하수도 설치공사, 보안등 공사, 보도블록 설치공사, 마을회관 공사 등을 주민이 직접 감독한다는 것이다. 자치구별 조례나 지역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회 감독 시 2~3만원의 활동비까지 나온다. 다만 1달에 최대 4회까지만 활동할 수 있다. 이같은 활동비는 시가 각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는 일반 시민들까지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여성의 참여율을 40% 이상 보장한다는 것이다. 참가 자격에도 문제가 있다. ‘해당 분야 자격증 소지자나 감리·감독 경험자’라는 단서가 있는가 하면, ‘주민협의체 대표 등 지역에서 대표성이 있는 사람’ 등도 참여할 수 있다. 사실상 부녀회장 등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달 중 마을 기반시설 정비 공사를 시작하는 강북구 삼양동(미아동) 소나무협동마을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 구역에 이 감독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즉각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시민들을 공사 감독으로 동원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사 등에 지식이 모자란 여성들이 제대로 된 감독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서울 내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집 주인이 자기 집 공사를 할 때도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가 아닌 이상 속칭 ‘눈탱이‘를 쳐도 모른다. ‘눈 뜬 장님’이나 다름 없다”라며 “서울시가 이같은 정책을 돈까지 들여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감독에 참여할 것은 동네에서 목소리 크게 내면서 공사는 잘 모르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10일 연합뉴스 "동네 보도블록·상하수도 공사 주민이 감독…여성비율 40% 이상"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

인터넷 상에도 같은 맥락의 비판이 나온다. 포털 댓글에는 “공사 시공이 잘 되고 있는지 일반 주민들이 어떻게 아느냐. 전문가는 어디에 두고” “형광등도 못 갈아끼우는 여성도 있는데, 공사나 공법을 보면 어떻게 알겠느냐” “인력풀 대비로 뽑아야지 무조건 성별 비율로 맞추는 게 말이 되나. 결국 동네 아줌마들에게 세금 퍼주겠다는 정책” 등의 비판 의견이 달렸다.

서울시 측은 이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김승원 서울시 도시재생실 재생정책기획관은 “시민이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사업에 반영하는 ‘젠더 거버넌스’를 저층주거지 재생 영역까지 확대해 성별에 따른 차이와 특성을 고려한 도시재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라며 “통상 공사감독이라고 하면 남성 중심으로 참여하는 관례를 깨고 여성 참여 비율을 40% 이상으로 하는 성평등 감독제가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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