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 한국당 개혁 예고한 시점에서 이 작가 만나 '보수가 나아갈 길' 논해
이 작가 "블랙리스트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역효과만 나 보수 진영만 손해 봤다"
황 대표 "지난 9년 간 보수 정치의 아쉬웠던 점에 대해 들어...다 귀한 말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경기도 이천 소설가 이문열 작가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경기도 이천 소설가 이문열 작가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천에 있는 이문열 작가를 만나 ‘진정한 보수’를 논의하고, 앞으로 보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표는 8일 오전 ‘4대강 보 파괴’에 반대하기 위해 여주 이포보로 가는 길에서 이문열 작가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찾았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이 작가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이 작가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분이 두터운 박명재 의원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이문열 작가는 1979년 ‘새하곡’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이후 유려한 수사(修辭)와 수준 높은 문체를 구사하고 묵직한 시대의식을 소설에 다뤄, 한국 ‘현대소설’의 가장 뛰어난 문장가이자 대문호로 평가받는다.

이문열 작가는 일찍이 성추행 물의를 일으키고 잠적한 고은 시인의 위선과 실체를 폭로한 ‘사로잡힌 악령’을 1994년 발표해, 좌파 성향의 고 시인을 위시하는 ‘민족문학작가회의(現한국작가회의)와 충돌한 바 있다. 또한,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여당 친화적인 시민단체 ‘총선시민연대’를 ‘홍위병’이라 비판하면서 해당 단체원들에게 ‘책 화형식’을 당하는 등 오래도록 표적이 되었다. 지난 2004년에는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맡아 물갈이에 일조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에는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 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을 조선일보에 게재하며 위기에 처한 보수의 회생(回生)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약 50분간 진행된 비공개 차담에서 이 작가와 황 대표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잘못된 정책과 행태를 소재로 대화했다고 알려졌다.

이 작가는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두고, “그 자체가 잘못이지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건 순리에 맞지 않다”며 비판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블랙리스트는 “기울어진 운동장, 지나치게 (좌파 진영으로) 기울어진 문화진지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었겠지만, 서툴러서 오히려 역효과만 나 보수 진영만 손해를 봤다”며 고언한 것이다.

이어 이 작가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황 대표도 당사자였으니 시행착오 같은 느낌을 가지셨을 것”이라면서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대로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차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이 작가가) 지난 9년의 보수 정치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을 말씀하셨는데 다 귀한 말씀”이라며 “우리가 국정을 책임진 자리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아쉬웠다는 말씀을 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일 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스스로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 세력이 될 수 없다”며 “우리는 혁신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에 무한대의 책임 의식을 갖고 미래와 통합을 향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당내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신상진 신정치위원장도 “정말 절체절명의 보수 우파들이 궤멸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한국당의 내년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 이기는 공천을 하자고 목표를 뒀다”고 말해 한국당의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대폭 물갈이가 있을 것을 시사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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