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김원봉 서훈'과 김원봉이 이끌던 '조선의열단 기념사업' 우회 지원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각계 '김원봉 서훈 운동'과 '조선의열단' 전면 내세우기 본격화
현 정권 이념 따라 이루어질 '역사 청산'은 곧 '적폐 청산'... 국가 정체성 바꾸기 전면화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를 계기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대대적인 '김원봉 서훈(敍勳)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을 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광복회는 오는 27일 '조선의열단(朝鮮義烈團)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발족을 예고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김원봉을 거명한 것과 동시에 현 정권 세력들이 일사불란하게 김원봉 이름만 뺀 '조선의열단'을 역사의 주류로 내세우겠다는 조직적 시도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사)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사)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등 국내 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부산, 대구, 대전, 광주를 순회하며 '약산 김원봉 서훈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각에서 우려한 바와 같이 '김원봉 서훈 문제'는 앞으로도 재점화될 모양새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들은 이를 지원사격이라도 하듯 김원봉의 월북 이후를 부각시키지 않고 그 이전까지의 항일과 해방 이후 남북합작 시도 등을 미화시키는 방식으로 논의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한편 이 서명운동은 올해로 창단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조선의열단' 기념사업 중 하나이다.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발족식을 갖고 11월까지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선의열단'은 1919년 11월 만주 길림성에서 결성돼 1920년대 일제 요인 암살과 식민통치기관 파괴 등을 감행한 결사체이다. 김원봉은 '조선의열단' 단장(義伯)을 맡아 1932년에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 ‘조선혁명간부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을 역임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지난 현충일 발언은 김원봉만이 아니라 ‘조선의열단’ 기념사업 전반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진위는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신부를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해 정부예산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정부도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는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조선의열단’을 역사의 주류로 내세우려는 시도가 현 정권이 끊임없이 겨냥해온 세력들을 비주류로 격하시키려는 ‘역사전쟁’의 일환이 아니냐는 점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현 정권 세력들이 야당일 때부터 ‘백년전쟁’이라는 영상물을 통해 역사를 조작하고 당면한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했음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라며 “임시정부와 김구를 띄우는 식으로 해서 1948년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을 지워버리는 데 자신감이 붙으니 더 거슬러 올라가 항일무장세력 아니었던 자들을 급기야 ‘친일’로 몰아가는 고리타분한 프레임으로 가는 것”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5월 8일 제 21대 광복회 회장 선거에서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꺾고 당선된 김원웅 광복회장은 중국에서 나고 자란 친중파이자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를 이끌어 온 인물로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한 포항제철 도로공사 등 11개 기업에 광복회가 이사 1명 추천권 확보 ▲독일-프랑스의 '나치찬양 금지법'과 유사한 ‘친일찬양 금지법’을 만들어 독립운동가 폄하, 친일 미화를 처벌하는 법 제정 ▲국립묘지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안장을 금지하는 상훈법 개정 등을 광복회 회장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취임 이후 김원웅 광복회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원봉 서훈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조선의열단’ 현창 사업에도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5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제 강점 36년, 그리고 친일파 강점 74년을 산 것”이므로 “단적으로 말해 대한민국은 김원봉에게 서훈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원봉 및 ‘조선의열단’ 기념사업 추진에 대해 “청와대는 우리와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4일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수뇌부는 현충일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 때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까지 역임한 열린우리당 출신의 김원웅 광복회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요청에 “사실 광복 후에 친일잔재 청산을 잘 못해서 반민특위가 중간에 무산되고 군사쿠데타로 80년대까지 군부독재 치하에서 통치를 받았기 때문에 광복의 의미나 독립지사에 대한 예우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이 전망한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단독 거명 문제는 비단 개인에 대한 서훈(敍勳) 여부를 떠나 역사 전체를 친 정권적인 기호에 따라 전복시켜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근본적 의도로 보인다.주익종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의 광복군 발언을 “반공국군에서 항일국군으로 우리 국군의 정체성을 바꾸려는 것”이라 진단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김원웅 광복회장이 7일 효창동 백범 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친일청산없이 남북통일도 불가능하며 적폐청산의 완결은 친일청산이다”라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한편 추진위는 오는 9월과 10월에는 국내 학술대회와 한·중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열단 창단일인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10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는 계획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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