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정보로 시작한 초동 수사...내사하려고 했더니 非수사부서로 발령"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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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하던 버닝썬 사건이 경찰 내부 분열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검찰에 ‘버닝썬 수사 과정에 대한 내사를 상관들이 가로막았다’며 경찰 간부 2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진정한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양측이 팽팽한 힘 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경찰 측은 자신들에게 악재가 될 지도 모르는 버닝썬 사건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와중에 나온 새로운 사건이다.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경찰이 발표했던 이른바 ‘경찰총장’ 윤모 총경과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이승현ㆍ29), 그리고 승리의 동역자인 유모 전 유리홀딩스 대표 역시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상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강남경찰서 소속 엄모 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과 강남경찰서장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달 말 검찰에 제출했다.

엄 경위는 지난 3월 버닝썬 수사를 위해 지능범죄수사대에 파견됐다. 그러나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비수사부서인 강남경찰서 민원실로 발령났다. 버닝썬 유착 수사의 단초가 된 최초 첩보가 허위 제보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가 상관들이 이를 가로막았다는 것이 엄 경위의 주장이다.

그는 서울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소속 A경위와 강남경찰서 B경사에 대해 클럽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기기도 했다.

엄 경위 진정서에 따르면 ‘버닝썬 수사가 실패한 원인은 광수대 A 경위가 가져온 가짜 정보를 바탕으로 초동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며, 그 과정을 내사하려 하자 간부들이 본인(엄 경위)을 비(非)수사 부서로 발령냈다’고 한다.

경찰 지수대는 이날 “제보자가 구체적 (첩보) 근거를 밝히고 정식 절차를 거쳐 첩보를 낼 것을 요청했지만 엄 경위가 반드시 본인만이 내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엄 경위가 비수사부서로 발령난 인사 조치에 대해서는 ”본래 파견 목적에 맞지 않는 수사를 원해 돌려보냈고 강남서장이 수사 부서 발령을 검토했지만 담당 팀장들이 받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선 현재 경찰이 검찰 고위 간부 관련 2건을 수사하고 있는 상태에서 엄 경위가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경찰이 앞서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간부 3명을 고소한 상태다.

이에 검찰은 정보경찰이 선거와 정치에 개입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강신명ㆍ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경찰 전임 지도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기도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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